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면서, 오디세우스의 전설적 고향으로 알려진그리스 이타카섬이 관광업계의 새로운 주목지로 떠올랐다.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이오니아해 서부에 자리한 이타카섬은 투명한 바다와 빼어난 해안선을 품고 있지만, 산토리니나 미코노스 같은 그리스의 다른 섬들에 비해 여행자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약 3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섬은 가파른 산세와 올리브나무, 사이프러스 나무가 울창하게 뒤덮여 있어 관광 성수기에도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상황을 바꾼 건 호메로스의 고전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화화한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였다.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귀환하는 여정에서 맞닥뜨린 시련과 모험을 담은 이 영화는 지난달 17일 북미 지역 개봉 후 전 세계에서 11억 달러(약 1조 5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놀런 감독의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이타카섬 주민들은 두 차례에 걸쳐 야외 상영회를 개최할 만큼 영화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영화 속 단 한 장면도 섬에서 촬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에는 못내 아쉬워했다. 디오니시스 스타니차스 이타카 시장은 "제작진에 연락해 섬에서 일부 장면만이라도 촬영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상징성 하나만으로도 영화 흥행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휴가철 섬 내 숙박시설 예약은 영화 개봉 시점에 이미 만실을 기록했다.
섬의 중심지 바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지미 조자는 영화가 이미 "섬에 대한 홍보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타니차스 시장도 영화가 가져온 홍보 효과가 "엄청났다"며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볼수록 섬을 방문하려는 여행 계획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실 이타카섬에는 오디세우스의 실존을 증명할 고고학적 유적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호메로스가 묘사한 고대 이타카의 지형도 현재 이타카섬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학계의 지적도 있다.
하지만 마을 광장과 시청 곳곳에는 오디세우스와 호메로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항구에는 '텔레마코스'(오디세우스의 아들)나 '칼립소'(오디세우스를 가둔 여신) 같은 신화 속 이름을 단 배들이 정박해 있다.
오디세우스가 상륙했다고 전해지는 덱시아 해변은 올리브나무 그늘과 자갈 해변으로 유명한 휴양지다. 마을 상점들에서는 폴리페모스(외눈박이 괴물) 티셔츠, 페넬로페(오디세우스의 아내) 흉상, 트로이 목마가 그려진 벽걸이 접시 등 신화 관련 기념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고고학자 스피로스 쿠바라스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이 단순한 모래사장과 바다를 넘어 역사와 신화를 갈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타카섬에 대한 관심이 폭발한 이유가 단연 영화 '오디세이' 덕분이라면서도, "놀런 감독의 영화 뒤에는 호메로스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