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을 앓는 반려동물에게 이뇨제를 처방받은 보호자들은 수의사로부터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실제로 많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이 물을 잘 마신다고 생각하지만, 하루 필요량을 계산해보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심장과 신장 기능이 동시에 저하된 반려동물에게 무작정 물을 많이 먹이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수분 부족은 신장 기능 악화를 초래하지만, 과도한 수분 섭취는 심장에 무리를 주고 폐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더케어동물의료센터는 심신부전을 앓는 반려동물의 음수 관리는 단순히 물의 양을 늘리거나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탈수와 울혈 사이에서 심장과 신장이 모두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적정 수분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강원대 수의과대학에서 심장학 전공으로 내과 박사 학위를 받은 김예원 더케어동물의료센터 원장은 "보호자들은 대부분 물을 충분히 먹인다고 답하지만, 실제 필요한 음수량을 알려주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음수량은 심장과 신장 상태, 전해질 수치, 이뇨제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하루 수분량은 일반적으로 체중 1㎏당 40~60㎖ 수준이다. 5㎏ 강아지의 경우 하루 약 200~300㎖가 필요하다.
다만 마신 물이 전부 체내에서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소화관을 통과하면서 일부가 손실되고, 대변이나 타액, 호흡 등으로도 배출된다.
심부전 치료를 위해 이뇨제를 복용하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수분량도 증가한다. 이뇨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기본 필요량과 함께 추가 손실량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뇨제는 심부전 환자의 체내에 축적된 과도한 수분을 배출해 울혈을 감소시키는 핵심 약물이다. 하지만 환자 상태나 복용량에 따라 탈수와 신장으로 가는 혈류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
필요한 음수량은 이뇨제 사용량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안정적으로 저용량을 복용하는 경우와 증상 조절을 위해 용량을 올린 경우, 폐부종으로 입원해 적극적 치료를 받는 경우를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할 수 없다.
김 원장은 "음수량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다"라며 "같은 질병과 유사한 상태의 환자라도 약물 반응이 다를 수 있어 환자 상태와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부종이 발생한 경우 음수 관리 방식이 달라진다.
심부전이 악화되면 심장과 폐혈관의 압력이 상승하면서 혈관 밖으로 빠져나온 수분이 폐 조직과 폐포에 축적될 수 있다. 이때 물을 많이 먹이면 체내로 흡수된 수분이 혈액순환을 거쳐 폐로 유입되면서 울혈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물을 완전히 제한하는 것도 위험하다. 체내 수분이 과도하게 줄어들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면서 신장 기능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김 원장은 "폐부종이 있다고 물을 완전히 끊는 것은 아니다"라며 "체액이 지나치게 줄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가 떨어질 수 있어 일정 수준의 수분 공급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폐부종 환자는 초기에 음수량을 제한하더라도 체중과 호흡수, 폐초음파 등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상태가 호전되면 점진적으로 수분량을 늘린다"고 덧붙였다.
보호자가 집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체중, 호흡수, 음수량이다.
갑작스러운 체중 변화는 체내 수분 상태를 파악하는 단서가 된다. 하루 사이 체중이 2% 이상 증가하면 체액이 축적되는 울혈을, 반대로 급격히 감소하면 탈수 가능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병원에서는 심장·폐초음파와 신장 수치, 소변량, 혈압 등을 함께 확인해 음수량과 이뇨제 용량을 조절한다.
김 원장은 "체중과 음수량, 호흡수 등을 매일 기록해 비교하면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특히 이뇨제 용량을 조정할 때는 실제로 얼마나 물을 마시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보호자가 기록한 수치를 근거로 임의로 물이나 약의 양을 변경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갑자기 물을 많이 또는 적게 마시거나 체중과 호흡 상태에 변화가 나타나면 담당 수의사에게 알리고 현재 심장과 신장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원장은 "심부전이 심해질수록 이뇨제 사용량이 증가하고 신부전과 같은 합병증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심장과 신장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장기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신부전 환자에서 수분 조절은 약물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정해진 하나의 음수량을 적용하기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심혈관계와 신장 기능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