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강원 춘천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와 항일 의병장의 묘역 관리 실태가 극명한 대조를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5일 뉴스1에 따르면 한일병합에 협력한 대가로 작위와 은사금을 받은 대표적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의 묘역은 비교적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는 반면, 일제에 맞서 싸운 박화지 의병장의 묘역은 무성한 잡초 속에 사실상 방치된 상태였다.
강원 춘천시 남면 발산리에 위치한 박화지 선생의 묘역은 입구에 설치된 안내 표지판을 제외하면 봉분의 경계조차 쉽게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일부 잡초는 성인 무릎 높이를 훌쩍 넘을 정도였다.
박 선생은 1907년 정미의병 당시 소모장으로 활동하며 약 600명의 의병을 모아 춘천 진병산과 가평 주길리 등지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인 인물이다.
1907년 전사한 뒤 주민들에 의해 매장됐다가 1974년 현재 위치로 이장됐지만, 출생·사망 시점과 주소 등 명확한 인적사항을 뒷받침할 자료가 부족해 현재까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다.
반면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 있는 민영휘의 묘역은 잔디와 봉분은 물론 망주석 등 주요 석물까지 가지런히 정돈된 모습이었다.
민영휘 묘역은 후손들이 꾸준히 관리하고 있지만 박 선생의 경우 후손이 없는 데다 미서훈 상태까지 겹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관리 대상에서도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민간단체인 '춘천항일애국선열유산지킴이'가 연 1~2차례 박 선생 묘역의 벌초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관리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남귀우 춘천항일애국선열유산지킴이 운영위원장은 뉴스1에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했으나 서훈을 받지 못한 분들이 많다"며 "후손 부재 등으로 방치되는 유적에 대해서는 국가가 나서 관리하고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박 선생의 의병 활동은 확인되지만 출생과 사망 시점, 주소 등 인적사항에 관한 기록이 부족해 현 단계에서는 서훈이 어렵다"며 "추가 사료가 확보돼야 관련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복 81주년을 맞은 오늘,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의병장의 묘역이 제대로 된 관리조차 받지 못한 채 잡초에 뒤덮여 있다는 사실은 씁쓸함을 남긴다. 친일의 대가로 부와 권세를 누린 이의 묘역은 후손들의 손길 속에 정갈하게 보존되는 반면,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의 흔적은 서훈 여부와 후손 부재를 이유로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