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체온이 오르면 타이레놀 같은 해열제를 복용하면 된다는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온열질환은 일반 발열과 원리가 달라 해열제가 아닌 신속한 냉각 조치가 필수다.
14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일부 온라인 게시물에서 "더위로 인한 발열은 높은 온도 노출로 생기는 반응이며, 이때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 체온을 낮춰주고 체온 조절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내용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류다. 폭염 등 외부 열에 의한 온열질환과 감기·감염으로 인한 일반 발열은 체온 상승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 발열은 체온 조절 기준점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며, 아세트아미노펜 같은 해열제가 이 조절 과정에 작용해 체온을 정상화시킨다.
반면 열사병은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체내 열이 과도하게 쌓이고 정상적인 체온 조절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긴 응급상황이다.
이 경우 해열제가 아닌 신속한 냉각 치료가 핵심이며, 질병관리청도 열사병 발생 시 빠른 진단과 냉각 조치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열사병은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중한 질환이다.
열사병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이동시킨 뒤 옷을 느슨하게 풀어야 한다. 이어 몸에 시원한 물을 뿌리거나 부채·선풍기로 바람을 쐬어 체온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
얼음주머니를 활용할 수 있다면 목, 겨드랑이, 서혜부 등 큰 혈관이 지나가는 부위에 대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물이나 이온 음료를 억지로 먹이는 행위는 질식 위험이 있어 절대 금물이다. 질병청은 이 같은 내용을 온열질환 응급조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종윤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열사병으로 인한 체온 상승은 염증 반응에 의한 발열과 원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타이레놀 같은 해열진통제로 대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이어 "많은 사람이 아는 익숙한 의약품이 해결책으로 제시되면 건강정보를 쉽게 신뢰하게 되지만, 온열질환 같은 응급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는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 수 있다"며 "반드시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의료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개발원장은 "온열질환은 초기 대응이 생명을 좌우하는 만큼 '체온이 높으면 해열제를 먹으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로 적절한 조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개발원은 정보 모니터링 등을 지원한 대학생 건강정보 디자인단과 함께 올바른 건강정보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5월 15일부터 8월 12일까지 질병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총 3394명이며, 이 중 31명이 사망했다.
8월 초 낮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하루 200명 안팎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