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 우려 아동에게 지급되는 급식카드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복지 수단이다. 하지만 정작 카드를 꺼내는 순간이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일반 결제카드와 다른 급식카드를 매장에서 내밀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변의 시선을 의식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아동급식카드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카드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카드 사용에 따른 낙인감 우려' 였다. 급식카드를 쓸 수 있어도 일부 아이들에게는 계산대 앞까지 가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문턱이었던 셈이다.
hy가 이 문제를 온라인으로 옮겼다.
hy는 서울시와 손잡고 자사 온라인몰 '프레딧'에서 서울시 아동급식카드 '꿈나무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점이나 편의점에서 카드를 직접 꺼내 결제하는 대신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PC로 먹거리를 고르고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용 방법은 일반 온라인 장보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레딧 앱이나 웹사이트에 꿈나무카드를 한 번 등록한 뒤 아동급식 전용관에서 원하는 상품을 고르면 된다. 주문한 제품은 원하는 날짜에 hy 프레시매니저가 별도 배송비 없이 집 앞으로 전달한다.
전용관에서는 샐러드와 밀키트 등 식사 대용 제품 255종을 구매할 수 있다. 일부 유제품을 제외한 200여종은 꿈나무카드로 결제하면 시중 판매가격보다 약 20% 저렴하게 살 수 있도록 했다.
급식카드를 온라인으로 옮긴 효과는 단순히 결제가 편해졌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아동급식카드는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 수 있느냐'는 선택권 문제를 함께 안고 있었다.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이 주요 사용처 역할을 해왔지만, 주변 가맹점이나 판매 상품에 따라 끼니 선택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에서는 현재 위치 주변에 어떤 가맹점이 있는지와 관계없이 여러 종류의 먹거리를 한 화면에서 비교해 고를 수 있다. 한 끼를 바로 사 먹는 방식뿐 아니라 며칠 동안 먹을 식품을 미리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급식카드가 '식사 결제 수단'에서 '장보기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결제 과정이 매장 밖으로 빠진다. 카드 디자인을 일반 금융카드와 비슷하게 바꾸는 기존의 낙인 완화 방식과 달리, 결제 자체를 비대면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다르다. 다른 사람 앞에서 급식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어지면서 이용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 부담도 줄일 여지가 생겼다.
hy에게도 이번 사업은 기존 유통망의 새로운 활용법을 보여준다.
hy는 프레딧이라는 온라인 주문 플랫폼과 전국 각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프레시매니저 배송망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복지 전용 물류망을 새로 구축하지 않고 기존 유통 인프라에 급식카드 결제 기능을 얹어 가정까지 식품을 전달할 수 있는 이유다.
hy는 앞서 경기도에서도 아동급식카드의 온라인 사용을 지원했다. 서울까지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온라인 급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 아동은 약 3만7000명 규모로 늘었다.
hy에 따르면 올해 서울·경기 지역 hy 아동급식바우처 사업을 통해 발생한 누적 주문 건 수는 1만 7000여 건에 달한다. 특히 8월 들어서는 7월 대비 주문 규모가 약 19% 증가하는 등 이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구매 식품도 샐러드와 과일, 계란, 두부, 유제품을 비롯해 생선, 육류, 국·탕류 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주문만으로 아동급식 제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직접 조리가 필요한 상품은 가정환경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고, 온라인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 대한 안내도 필요하다. 음식점과 편의점 같은 기존 오프라인 사용처 역시 여전히 중요한 선택지다.
hy의 이러한 시도는 급식카드 정책의 방향을 한 단계 다르게 보여준다. 사용 가능한 가맹점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아이가 카드를 '어디에서 어떻게 써야 하는가'라는 이용 경험 자체를 바꿨기 때문이다.
hy 관계자는 "아동급식카드가 편의점 중심으로 사용되면서 컵라면이나 간편식 등에 의존하는 아동 식생활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hy는 아동들이 보다 다양한 식품을 선택해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는 데 사업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