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147개 덜고 '여백' 키웠다...47년 롯데호텔 서울, '더그랜드롯데'로 새 출발
15개월 리뉴얼 거쳐 메인타워 737실→590실...전체 객실도 1015실→868실
피에르 이브 로숑이 객실 디자인...박서보 작품·'가나 초콜릿' 향까지 새 옷
1979년 문을 연 롯데호텔 서울이 47년 만에 새 이름을 달았다. 객실을 더 넣는 대신 147개를 덜어냈다. 메인타워 객실은 737실에서 590실로 줄이고 방 하나하나의 공간을 넓혔다. 반세기 가까이 서울 소공동을 지켜온 호텔은 14일부터 '더그랜드롯데 서울(THE GRAND LOTTE SEOUL)'로 손님을 맞는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5월부터 약 15개월 동안 메인타워 7~21층을 손봤다. 메인타워와 이그제큐티브타워를 합친 전체 객실 수도 1015실에서 868실로 줄었다. 같은 건물 안에서 객실 수를 줄인 만큼 투숙객 한 명에게 돌아가는 공간을 키웠다.
객실 안에서는 업무용 데스크를 빼고 식사와 업무, 휴식에 함께 쓸 수 있는 테이블을 들였다. 욕실도 넓혔다. 객실 문을 열기 전부터 변화가 이어지도록 엘리베이터 로비와 복도, 객실의 색상과 소재, 가구 디자인도 하나의 흐름으로 맞췄다.
파리 조지 V 만든 로숑의 손길...소공동에 입힌 프렌치 클래식
객실 디자인은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이브 로숑(Pierre-Yves Rochon)이 맡았다. 포시즌스 호텔 조지 V 파리와 세인트 레지스 로마 등 세계 주요 럭셔리 호텔을 디자인한 인물이다.
로숑은 프렌치 클래식의 선과 색에 한국적 요소를 섞었다. 화려함을 앞세우기보다 가구와 조명, 소재의 결을 맞추는 방식을 택했다. 롯데호텔이 새 브랜드에 내건 '시간을 초월하는 품격과 우아함'도 객실을 중심으로 구현했다.
호텔 안에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들어왔다. 2003년 미국 코닝사가 뽑은 '세계 신진 유리 작가 100인'에 이름을 올린 유충목 작가의 작품과 고(故) 박서보 화백의 대표작 〈묘법〉 시리즈 등을 배치했다. 객실을 나선 뒤에도 복도와 공용 공간에서 작품을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호텔 서울이 처음 문을 연 것은 1979년이다. 당시 국내 최고층이던 38층 건물이었다. 호텔롯데가 국내 최초 상업호텔인 반도호텔을 인수한 뒤 세운 호텔로, 이후 각국 정상과 주요 인사들이 서울을 찾을 때 머무는 장소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새 이름을 달면서도 서비스의 뿌리는 그대로 뒀다. 더그랜드롯데 서울은 고객의 필요를 먼저 살피되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방식을 '조용하고 세련된 환대'로 정했다.
'가나 초콜릿'을 향으로...유니폼엔 한복의 깃
변화는 눈에 보이는 공간에만 머물지 않았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맡는 향부터 직원들이 입는 옷, 로비의 꽃까지 새 브랜드에 맞춰 다시 만들었다.
시그니처 향의 출발점은 롯데그룹의 대표 상품인 '가나 초콜릿'이다. 초콜릿에서 따온 달콤함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사랑과 환대라는 이미지를 향으로 풀었다. 로비에는 묵직하고 차분한 향을, 클럽 라운지에는 보다 산뜻한 향을 적용했다.
직원 유니폼에는 한복의 선이 들어갔다. 더그랜드롯데의 브랜드 컬러인 네이비 블루를 기본으로 한국 전통 복식의 동정과 깃에서 따온 선을 현대적인 실루엣에 넣었다. 로비 플라워 장식도 네이비와 라이트 블루, 골드를 중심으로 새로 구성했다.
롯데호텔이 47년 동안 쌓아온 흔적을 지우기보다는 새 공간 안에 다시 배치한 셈이다. 오래된 호텔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반도호텔에서 롯데호텔 서울로 이어진 시간까지 갈아엎지는 않았다.
정호석 롯데호텔앤리조트 대표는 이날 신인협 국내영업본부장, 김지태 개발본부장, 김송기 조리R&D실장, 두경태 더그랜드롯데 서울 총지배인 등과 함께 새 현판을 공개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고객을 세심하게 살피는 롯데호텔만의 환대에 클래식 럭셔리의 본질과 한국적 미감을 더했다"고 말했다. 1979년 38층 호텔로 출발했던 롯데호텔 서울은 이날부터 객실 868실의 '더그랜드롯데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