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4일(금)

GS그룹이 독립운동가 알리는데 '진심'인 이유... 창업주부터 달랐다

"돈은 개미같이 부지런히 모으되, 의로운 일에는 크게 써야 한다." 


일제강점기 대지주였던 한 기업가가 남긴 이 말은 100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한 기업집단의 DNA로 이어지고 있다. GS그룹의 뿌리가 된 효주(曉州) 허만정 선생의 이야기다.


1897년 경남 진주 승산마을의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난 허만정 선생은 기득권에 안주할 수 있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1919년 서울에서 3·1운동을 직접 목격한 뒤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민족의 독립과 자존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것이다.


같은 해 허만정 선생은 백산 안희제 선생이 1914년 설립한 '백산상회'를 자본금 100만 원 규모의 '백산무역주식회사'로 확대 개편, 발기인 및 주주로 참여했다. 백산상회는 겉으로는 곡물과 면직물을 다루는 평범한 회사였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대는 비밀 거점이었다.


백산상회 / 사진=독립기념관


백산상회는 영업 이익은 물론 회사 원금까지 임시정부 재정차장 등에게 전달했다. 당연히 회사는 늘 적자였고 경영난에 시달렸지만, 허만정 선생을 비롯한 민족 기업가들의 지속적인 후원 속에 독립군의 경제적 보루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


허만정 선생의 헌신은 돈으로 그치지 않았다. "독립과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시급하다"는 신념을 품고 교육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제 총독부의 집요한 방해와 탄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끝에 1925년 진주여고의 전신인 진주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를 설립했다. 더 놀라운 건 학교가 완성되자 소유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민족을 위한 공공 교육기관으로 내놓았다는 점이다.


1923년에는 백정들의 신분 해방 운동이었던 진주 형평운동을 후원했다. 마을에 굶주리는 이웃이 생기면 노력을 통한 자립을 독려하면서도 곳간을 열어 쌀을 나눠줬다. 말로만 외치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이다.


사진제공=GS그룹


허만정 선생이 남긴 "개미같이 모아 의로운 곳에 쓴다"는 철학은 광복 이후 LG그룹의 공동 창업을 거쳐 오늘날 GS그룹으로 이어지는 기업 역사의 든든한 뿌리가 됐다. 


허만정 선생은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조부이다. 허 회장은 형인 허창수 명예회장과 함께 독립운동가의 후손답게 꾸준히 애국 활동을 펼치며 독립운동가 및 역사 알리기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 51인 알리기 스티커 캠페인을 전개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 캠페인과 현충시설 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독립운동가 후손 후원 사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인사이트


100년 전 한 기업가가 보여준 헌신과 실천은 오늘날까지 살아 숨 쉬며 기업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돈을 모으는 것 못지않게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교훈, 그것을 몸소 실천하며 앞장섰던 모습은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로 후대에 계승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