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4일(금)

전화 오자마자 "기증하겠다"... 20년 전 했던 약속 잊지 않고 백혈병 환자 살린 방사선사

대학병원에 재직 중인 방사선사가 20년 전 서약한 약속을 잊지 않고 이행하며 혈액암 환자에게 희망을 전달했다.


지난 13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영상의학과 소속 강성우 주임방사선사가 지난 6월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가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고 조혈모세포 기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구로병원


강 방사선사가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로 등록한 시점은 지난 2006년이다. 강 방사선사는 등록 이후 20년 만에 연락을 받았으나 주저 없이 기증 의사를 확정했다.


정밀 검사 등 사전 절차를 거친 강 방사선사는 성실히 기증 일정을 소화했다. 평소 정기적인 헌혈을 이어온 강 방사선사는 타인을 향한 나눔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조혈모세포는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줄기세포다. 백혈병이나 혈액암 환자의 치료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식을 진행하려면 환자와 기증자 간 HLA 인자가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혈연관계가 아닌 타인끼리 인자가 맞아떨어질 확률은 지극히 낮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조사에 따르면 타인 간 HLA가 일치할 확률은 약 2만 분의 1 수준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역시 비혈연 간 일치율을 수천에서 수만 명 중 1명꼴로 추산한다. 기증 희망 등록자가 많을수록 환자가 생명의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강 방사선사는 "20년 전 기증희망등록 당시에는 실제 기증으로 이어질지 장담하지 못했다"며 "연락을 받은 순간 누군가를 도울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이어 "헌혈처럼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는데 한 사람의 삶에 직접 기여하게 돼 뜻깊다"고 덧붙였다.


김대식 고려대 구로병원 세포치료센터장(혈액내과 교수)은 "비혈연 관계에서 일치하는 기증자를 만나는 과정은 매우 힘들다"며 "한 사람의 희망 등록이 언젠가 환자에게는 유일한 치료 기회가 되는 만큼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은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의 건강한 성인이라면 신청 가능하다. 기증 대상자가 나타나면 2박 3일간 입원해 말초혈이나 골수를 통해 기증 절차를 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