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4일(금)

호프집 지고 가챠숍 떴다... 1년 만에 장난감 가게 20% 급증한 이유

직장인들의 퇴근 후 여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2030세대가 호프집과 주점 대신 피규어 매장과 가챠숍을 찾으면서 자영업 지형도가 변화 중이다.


지난 12일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을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장난감가게는 3996개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달 3323개와 비교해 673개가 늘었다. 증가율로 따지면 20.3%다.


5월 말 3929개와 견줘도 단 한 달 사이 67개가 증가했다. 하루 평균 두 곳씩 새로운 장난감가게가 생긴 셈이다. 국세청은 이를 피규어 매장과 가챠숍 확산에 따른 결과로 해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같은 기간 술집은 급격히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호프주점은 2만1705개에서 1만9730개로 1975개 감소하며 9.1% 줄었다. 선술집 등 간이주점도 8648개에서 7853개로 795개 줄어 9.2% 감소했다.


2030세대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욱 두드러진다. 홍대 상권을 품은 서울 마포구의 장난감가게는 지난해 49곳에서 올해 70곳으로 42.9% 급증했다. 반면 마포구 호프주점은 271곳에서 252곳으로 7.0% 줄었고, 간이주점은 212곳에서 187곳으로 11.8% 감소했다.


술집이 사라진 자리를 취향 기반 소비를 겨냥한 점포들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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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 시장의 소비층 변화가 장난감가게 증가의 핵심 요인이다. 과거 어린이 중심이었던 장난감 구매층이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를 좋아하는 성인 소비자로 옮겨갔다.


가챠는 대체로 2000~7000원을 내고 캡슐 안에 든 캐릭터 상품을 무작위로 뽑는 방식이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반복 구매하거나, 중복된 상품을 친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환하는 문화도 확산되는 추세다. 피규어 역시 어린이 완구를 넘어 성인들의 수집품이자 개성을 표현하는 소비재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변화는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 가챠 시장의 주요 소비층은 어린이에서 10~30대 여성, 직장인, 캐릭터 팬덤으로 확대됐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작은 굿즈로 모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가챠는 '어린이 장난감'에서 '자기표현형 소비'로 성격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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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청년 고용 불안정과 외식비,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한 번에 큰돈을 쓰는 술자리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만족을 얻는 '작은 사치'가 2030세대 사이에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음주 관련 통계도 변화를 보여준다. 질병관리청의 '2025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20대 남성의 고위험음주율은 17.8%에서 10.4%로 41.6% 감소했다. 전 연령대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주류 소비 둔화는 수입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2월 위스키 수입 중량은 288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12t보다 28.2% 줄었다.


같은 기간 와인 수입 중량도 2%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주류 수입액은 12억7374만달러로 2년 전 14억7196만달러보다 13.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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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체 실적도 부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672억원으로 전년보다 9.6% 감소했고,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2081억원에서 1723억원으로 17.2% 줄었다.


전문가들은 술 중심 회식과 여가 문화가 약해지고, 개인 취향을 드러내는 소비가 확대되면서 상권 구조도 함께 바뀌고 있다고 본다. 친구나 동료와 오랜 시간 술집에서 보내기보다 퇴근길에 잠시 가챠숍에 들러 캐릭터 굿즈를 뽑거나 피규어를 구경하는 방식의 소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자영업 시장의 업종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보다 '어떤 경험을 남기느냐'를 중시하면서, 젊은 층을 겨냥한 상권의 경쟁력도 술자리 중심에서 취향과 체험 중심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