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남서부 지역에서 약 100년 만에 개기일식이 관측되며 천문학 열풍이 불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각) 스페인,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일부에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날 AP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 북동부 언덕 마을 메디나셀리에는 개기일식 관측을 위해 이른 시간부터 인파가 몰렸다. 개방된 언덕 곳곳에 잔디 의자와 우산을 펼친 시민들은 하늘만 올려다보며 그 순간을 기다렸다.
12일 오후 8시30분께 달이 태양을 서서히 가리기 시작했다. 밝았던 하늘은 빠른 속도로 어두워졌고, 주변이 해질녘처럼 변하자 곳곳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스페인 본토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된 것은 약 100여년 만의 일이다.
현장을 찾은 언어 교사 로사 셀리베르티는 눈물을 흘리며 AP에 "사진이나 영상을 아무리 많이 봤어도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기일식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거쳐 포르투갈, 스페인 북부·중부를 가로지르는 경로로 진행됐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덮는 시간은 아이슬란드 서해안에서 2분30초 가까이 계속됐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해가 지기 직전 약 1분간 이어졌다.
아이슬란드는 날씨가 흐렸지만 '어둠'은 확실했다. AP는 수도 레이캬비크의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앞에 형형색색의 우비를 입은 수백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비로 인해 태양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주변이 불을 끈 듯 캄캄해졌다. 군중 위로는 사람들이 든 휴대전화 불빛만 떠 있었고, 잠시 후 햇빛이 다시 비추자 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영국에서도 태양의 90% 이상이 가려지는 광경이 연출됐다. 런던 그리니치 공원에서는 템스강 너머 하늘이 잿빛으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1999년 이후 가장 선명한 일식을 보기 위해 탁 트인 언덕으로 모여들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어린 시절 일식을 본 경험이 있는 베로니카 오로스코는 이웃들과 샴페인을 터뜨리며 "태양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 지금도 마법처럼 느껴진다"고 AP에 말했다.
이번 개기일식은 경제적 효과도 가져왔다. 스페인 당국은 최소 50만명의 관광객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기일식 경로상의 아코루냐, 빌바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등에서는 호텔 예약이 급증했다. 일식 관측용 특수 안경도 곳곳에서 품절됐다.
아이슬란드의 숙박비도 급등했다. 레이캬비크의 12일 밤 평균 숙박료는 1000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약 두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아이슬란드에는 개기일식 관측을 위해 최대 2만명의 해외 관광객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