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13일(목)

[신간]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마음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순간과 만난다. 시험을 앞두고 밤새 공부했으면서 "대충 했다"고 말하거나, 헤어진 사람이 그리우면서도 동시에 만나고 싶지 않은 감정을 느낀다. 이유 모를 우울에 잠기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하면서도 누군가의 손길을 거부하고 싶을 때가 있다. 심지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더욱 상냥하게 대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심리상담사 노은정이 집필한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는 반복적으로 경험하지만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들을 28가지 심리학 이론과 정신분석 개념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노력 없이 완벽해 보이려는 'EP문화', 양립할 수 없는 요구 사이에 갇히는 '이중구속', 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우선시하는 '피플 플리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으려는 '역의존', 사랑을 강렬한 환상으로 만드는 '리머런스' 등 낯설지만 현재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포착하는 용어들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제시한다. 직장생활과 연애, 가족관계, SNS 활동, 경쟁과 성취라는 친숙한 장면에서 출발해 이해를 돕는다.


사진 제공 = 한겨레출판


책은 전체 4부로 나뉜다. 1부는 무의식 속 숨겨진 마음을, 2부는 관계 속 모순적 감정을, 3부는 과거 상처가 남긴 흔적을, 4부는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마음의 방어 전략을 섬세하게 분석한다.


독자는 책 속 인물들의 고민을 따라가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고, 그 감정이 어떤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생겨났는지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 각 장마다 상황별 체크리스트와 성찰 질문을 수록해 일상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성과 증명의 압력, 경제적 불확실성, '정상'에 대한 강박, SNS를 통한 끊임없는 비교와 관계 피로가 일상화된 시대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전에 서둘러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생성형 AI에 증상을 입력해 '우울증' '번아웃' '애착 유형' 같은 진단명을 손쉽게 얻고 순간적 안도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특정 사람 앞에서 유독 위축되는 이유' '휴식 중에도 불안한 이유'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친밀함이 두려운 이유' 같은 깊은 내면의 질문에 충분히 답하기 어렵다. 마음에 이름을 부여하는 행위는 자신을 단일한 유형이나 증상으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감정이 어떤 관계와 경험 속에서 형성되었는지 파악하는 과정이다.


'모호한 마음에 이름 붙이기'는 정신분석의 언어를 통해 낯설고 모순적인 감정을 성급하게 고치려 들지 않고 천천히, 깊이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설명하기 어려웠던 마음에도 각자의 이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독자는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이해하기 시작하며 오래 지속된 감정과 관계의 패턴에서 한 걸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