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추진을 둘러싸고 청년층과 고령층 사이의 일자리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은 4년 가까이 침체를 이어가는 반면, 고령층은 은퇴 후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터에 더 오래 남기를 바라고 있다. 정년이 늘어날 경우 청년 신규 채용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정년 연장 법제화와 청년 채용 확대를 동시에 도모하는 해법 마련에 착수했다.
청년 고용 절벽과 고령층의 노동시장 독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고용보험 통계를 보면 29세 이하 상시가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만 7000명 감소했다.
2022년 9월 이후 47개월 연속 내림세다. 전체 가입자가 1587만 7000명으로 27만 7000명 늘어난 와중에도 청년층 가입자만 유일하게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가입자는 20만 9000명 늘어나 전체 증가분의 약 75%를 차지했다. 청년층의 취업문은 닫히고 고령층 중심의 고용 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대책을 지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소기업과 지방의 인력난과 달리 공공기관 및 대기업 등 인기 일자리에서는 세대 간 갈등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보고했다. 김 장관은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 규모를 약 11만 명으로 추산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세대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정년 연장과 청년 채용 동시 추진.
정부는 일률적인 정년 연장 대신 청년 신규 채용을 보장하는 상생형 법안을 하반기 중 추진하기로 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직무와 근로시간,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 지원하고, 공공기관의 정원 및 총인건비 관리 방식을 개선해 청년 채용 여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청년고용의무제의 실효성도 한층 강화한다.
과거 60세 정년 의무화 도입 당시의 영향에 대해서는 기관별 분석이 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년 연장 수혜자가 1명 늘어날 때 민간기업의 청년 고용이 0.2명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 의무제를 병행한 공공기관에서는 두 계층의 고용이 함께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정년 연장 여파로 23~27세 청년 고용이 약 11만 명(6.9%) 감소한 것으로 추산하며 노조가 있는 대기업일수록 대체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정부는 정년 연장의 구체적인 목표 연령과 추진 속도에 대해 사회적 대화 기구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의 연동, 임금체계 개편, 청년 채용 보완책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