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를 서울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도, 일부 관객은 며칠에서 몇 주씩 기다려 용산으로 향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 개봉과 함께 다시 불붙은 '용아맥 예매 전쟁'이다.
11일 CGV 예매 페이지 기준 CGV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의 '오디세이' 상영 회차는 상당수가 매진됐다. 남은 회차도 중앙부 인기 좌석은 이미 찾기 어렵다.
전국에 IMAX관이 있고 일반관에서도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는데 왜 굳이 용아맥을 고집할까.
용아맥의 인기는 단순히 '스크린이 크기 때문'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압도적인 상영 환경과 이를 활용한 콘텐츠, 좀처럼 늘지 않는 공급, 그리고 오랜 시간 쌓인 브랜드가 맞물린 결과다.
최근 극장 산업이 단순한 관객 수 경쟁에서 '더 특별한 경험'을 판매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용아맥 열풍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필름으로 찍은 영화, 필름을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
'오디세이'는 지난 5일 개봉한 2시간 52분짜리 대작이다. 놀란 감독과 호이트 반 호이테마 촬영 감독은 이번 작품 전체를 IMAX 필름 카메라로 찍었는데, 장편 상업영화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IMZX 필름 포맷은 화면비를 1.43대 1까지 넓힐 수 있어서, 일반 영화보다 화면이 위아래로 훨씬 크게 열리기 때문에 관객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CGV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은 가로 31m, 세로 22.4m의 스크린에 이 화면비를 그대로 구현한다. 4K 디지털 레이저 영사, 12.1채널 사운드도 갖췄다.
바다와 함선을 담은 장면이 많은 '오디세이'처럼 제작 단계부터 IMAX를 염두에 두고 찍은 영화라면, 이 스크린의 값어치가 확 달라진다.
놀란 감독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용아맥 예매가 유독 치열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좌석은 624석뿐이다
문제는 이 상영관의 좌석이 624석으로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오디세이'처럼 러닝타임이 긴 작품은 상영과 정비 시간까지 감안하면 하루에 편성할 수 있는 회차도 뻔하다.
공급은 고정되어 있지만, 수요는 개봉과 함께 입소문이 퍼지면서 며칠 만에 폭발한다. 예매 경쟁이 반복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최대 6배 높은 가격으로 되파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일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결과적으로 용아맥의 인기를 부추기고 있다. 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사실 자체가 얘깃거리가 되고, 어느 열 시야가 좋은지, 취소표는 언제 뜨는지 같은 정보가 커뮤니티와 SNS를 타고 돈다. 어렵게 표를 구한 경험담이 다시 다른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어벤져스: 앤드게임',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오펜하이머'가 개봉할 때맏다 이런 풍경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IMAX는 역시 용산"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굳어졌다.
그래서 대작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관객들은 자연스레 용아맥을 떠올린다. 화면과 음향 설비뿐 아니라, 몇 년째 쌓여온 관람 경험과 입소문까지 합쳐져 지금의 용아맥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IMAX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글로벌 개봉 첫 주말에만 IMAX 상영으로 5200만 달러를 벌었고, 이는 전체 매출의 약 20%에 해당한다.
전 세계 아이맥스 극장은 1800여 개로 전체 스크린 수(약 21만 개)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IMAX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알 수 있다.
일부 관객들에게는 이제 영화를 보는 것과 별개로 '어떻게 보느냐' 자체가 돈과 시간을 들일 만한 취미가 된 셈이다.
CGV가 특별관에 던진 승부수
과거 극장은 영화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일정 기간을 기다리면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집집마다 대형 TV와 프로젝터가 보편화 되고, OTT 서비스를 구독하는 가정도 늘었다.
이러한 변화에 침체를 맞이한 극장 산업은 집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환경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CGV의 IMAX를 비롯 SCREENX, 4DX, 돌비시네마 같은 특수관이 대표적이다.
CGV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어온 IMAX처럼 관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SCREENX·4DX와 같은 특수관을 직접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일 CGV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연결 기준 매출 5939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을 기록했다. 세전 이익은 9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해 전반적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 실적을 이끈 SCREENX·4DX 같은 기술 특수관을 운영하는 자회사 CJ 4DPLEX였다.
CJ 4DPLEX는 이번 분기 매출 469억 원, 영업이익 83억 원을 기록했는데, 기술 특수관의 글로벌 확산과 글로벌 흥행작들이 맞물리면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영업이익은 260% 늘었다.
해외 극장사업 성장과 함께 SCREENX·4DX 등 기술 특수관의 글로벌 성과가 이 회복세를 견인한 것이다.
CGV는 미국·일본 등 전략 국가를 중심으로 대형 극장사·고수익 상영관 위주의 확산 전략을 통해 SCREENX·4DX 상영관을 글로벌로 계속 늘려가고, 특수관 포맷에 맞는 콘텐츠 라인업을 확보해 매출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세계 최초로 3면 LED SCREENX관을 도입하는 등 기술 특별관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방침이다.
CGV가 특수관 사업 전반에 힘을 싣는 지금, '오디세이' 예매 전쟁은 그 승부수가 관객들 사이에서 실제로 통하고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