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 해수욕장에서 짐만 놓인 빈 벤치에 앉았다가 자리를 비켜달라는 요구를 받은 40대 여성의 사연이 공개되며 공공장소 '자리 맡기' 관행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JTBC '사건반장'에 소개된 사연에 따르면, 40대 여성 A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충남 보령의 한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A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혼자 쉴 곳을 찾던 중 바다 전망이 좋은 벤치를 발견했다.
해당 벤치는 한쪽 끝에 짐만 놓여 있고 사람은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짐이 놓인 반대편 끝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약 10여 분이 지난 후 옆 벤치에 앉아있던 여성 B씨가 A씨에게 다가왔다. B씨는 "일찍 와서 자리를 맡으려고 짐을 뒀다"며 "이제 가족들이 돌아올 것 같으니 비켜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자신이 일어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러자 B씨는 A씨가 앉은 벤치로 자리를 옮겨 A씨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이후 B씨의 남편이 돌아오자 B씨는 남편에게 A씨가 자리를 빼앗은 것처럼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큰 싸움이 벌어질까 봐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가 왔다"며 자신의 대응이 잘못됐는지 의견을 구했다.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A씨를 지지하는 쪽으로 모아졌다. 손수호 변호사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자리를 아무도 모르게 먼저 선점하는 게 큰 의미가 있나 싶다"며 "원칙으로 돌아가 '주인 없는 자리'로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관행적으로 벤치 자리를 맡을 때는 거기에 앉아있거나 즉시 복귀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B씨의 가족들이 벤치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상황으로 보여 A씨가 앉아도 되는 상황 아닌가 싶다"고 판단했다.
반면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다소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벤치에 짐이 있을 때 알아서 피해 앉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짐이 벤치 끝에 있으니 반대편 끝에 앉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며 "누구 하나가 잘못했다고 하기는 어렵다. 서로가 양보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휴가철마다 해수욕장이나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자리 맡기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연은 공공장소 이용 에티켓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