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 만연한 간호사 집단 괴롭힘, 이른바 '태움'을 뿌리뽑기 위해 정부가 강도 높은 전수 조사와 대응에 나섰다.
1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국민권익위원회는한 달 동안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권익위가 특정 직종 내부의 괴롭힘 악습을 겨냥해 집중 신고를 접수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고 대상은 태움을 직접 가한 행위뿐 아니라 기관 차원의 방임과 2차 가해까지 포괄한다.
피해 근로자의 구제 요청을 의료기관이 무시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한 경우,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내린 행위, 공공 의료기관 직원을 향한 부당한 업무 지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접수는 권익위 부패·공익신고 창구인 청렴포털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며, 방문이나 우편 접수도 가능하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신고자는 변호사를 통한 '비실명 대리 신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권익위는 신고자 신원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고 징계나 해고 등 불이익에 대해 원상회복과 신변 보호 조치를 제공할 방침이다.
신고자 본인에게 과실이 있더라도 신고 시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받는 제도도 적용된다. 권익위는 신고 접수와 병행해 현직 및 예비 간호사를 대상으로 태움 예방 교육도 병행한다.
오는 14일 강원대병원을 시작으로 서울의료원, 경찰병원, 부산보훈병원, 부산대병원 등 주요 공공병원에서 피해 대응법 교육을 시행한다. 서울대, 충남대, 아주대 등 5개 대학 간호학과 학생들에게도 예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간호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며 사회적 공분이 커진 데 따른 대응이다.
지난 6월 경기도 광주시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20대 간호사가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2019년 간호사 태움 사망 사건이 있었던 서울의료원에서 또다시 유사한 괴롭힘 의혹이 제기됐다.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에서 태움이라는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문제 적발과 예방 교육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의료진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제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