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몸속 습기를 빼낸다는 '제습' 트렌드가 뜨겁게 번지고 있다. 무더위와 높은 습도 속에서 만성 피로와 피부 트러블을 겪는 이들이 그 원인을 체내 습기로 보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 코메디닷컴이 인용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열풍이 전통 중의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의학은 체내 수분 대사와 혈액순환, 소화 기능이 균형을 잃으면 습기가 누적되고, 이것이 피로와 무기력, 소화불량, 피부 문제 등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높은 습도와 불규칙한 식습관, 수면 부족, 과도한 냉방 사용 등이 체내 습기를 늘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기름진 두피와 여드름, 만성 피로와 무기력까지 습기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의학에서도 체내 수분 대사가 원활하지 않은 상태를 '습담'이나 '담음' 개념으로 다룬다. 다만 한의학은 진단 시 체질과 생활 습관,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며, 특정 증상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제습은 중국 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하이킹과 캠핑이 사회적 활동으로 발전한 것처럼, 젊은이들은 자신의 제습 경험을 SNS에 공유하며 유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막 모래 치료가 대표적이다. 광둥성에 사는 한 여성은 모래 치료 영상을 올리며 '소금구이 닭이 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치료 후 다리에 달라붙은 축축한 모래를 몸속 습기를 빨아들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배 주변 모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했다며 부위별로 습기 정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울음을 활용한 '울음 치료'도 등장했다. 일부 SNS 웰니스 계정은 눈물이 몸의 열기를 식혀 주는 '천연 소화기' 역할을 하며 마음속 화를 가라앉힌다고 주장한다.
한 온라인 사용자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밤새 울고 나니 몸에 났던 두드러기가 가라앉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울음이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는 있지만 체내 습기 제거나 피부 질환 치료 효과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한다.
등에 햇빛을 쬐는 행동도 인기다. 사람들은 등을 햇빛에 노출하면 몸속 냉기와 습기를 몰아내고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한 번에 20분 이상 햇빛에 노출되지 말고, 강한 자외선 시간대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열사병과 탈수, 피부 손상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제습 관련 콘텐츠의 누적 조회 수는 8억 회를 넘어섰고, 18~34세 여성들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는 약 680억 위안(약 14조 원)으로 추산된다. 팥과 율무를 활용한 차, 생강과 쑥 족욕제, 발 패치 등 다양한 제품이 전통 약재 상점을 넘어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도 만성 피로와 무기력, 소화 장애 등을 호소하는 상태를 '아건강'이라고 부른다. 이는 질병으로 진단되지 않았지만 건강한 상태로 보기 어려운 경계 단계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개념이 현대인의 건강 관리 수요와 맞물려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질병 발생 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 나타나기 전에 생활 습관을 관리하자는 생각이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중의학에서 말하는 습기는 단순히 체내 수분이 많다는 의미가 아니다. 몸속 수분 대사와 소화 기능, 혈액순환, 신진대사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태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에 가깝다.
실제로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땀이 제대로 증발하지 못해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피로감과 무기력, 두통,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피부의 피지 분비가 늘어나 여드름과 모낭염, 지루성 피부염 등이 악화되기도 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습도와 기압 변화가 관절 통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됐다. 비 오는 날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이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정확한 인과관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껴질 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