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서 이직 제안...사내 자료 출력·촬영해 이력서에 활용
법원 "다년간 많은 자원 투자한 성과"...징역 1년6개월 유지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영업비밀을 빼낸 혐의로 기소된 전 직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중국 기업에 제출한 이력서에 회사 영업비밀 일부를 직접 인용한 사실도 유죄로 인정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0-1부(이상호 이재신 이혜란 고법판사)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SK하이닉스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던 2022년 CIS(CMOS Image Sensor) 관련 첨단기술과 영업비밀을 회사 밖으로 빼내 부정하게 사용·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CIS는 빛을 전기적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이미지센서다.
하이실리콘 등서 이직 제안...영업비밀 이력서에 넣었다
김씨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 등으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은 뒤 회사 자료를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를 빼내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의 보안규정도 어겼다. 사내 문서관리시스템에 보관된 영업비밀 자료를 직접 출력하거나 사진으로 촬영했다. 확보한 자료는 자신의 경력과 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이력서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일부 영업비밀은 실제 이력서에 인용돼 중국 회사에 전달됐다. 1심은 이 같은 행위를 영업비밀 유출·누설로 보고 실형을 선고했고, 2심도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양형 과정에서도 기술 확보에 들어간 SK하이닉스의 투자 기간과 비용을 짚었다. 유출된 영업비밀은 회사가 여러 해 동안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 확보한 성과라고 판단했다.
특히 해외 경쟁사가 인재 영입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기술을 손쉽게 확보하는 행위를 가볍게 처벌할 경우 기업의 기술개발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실형 유지의 근거로 제시했다.
HBM '하이브리드 본딩' 유출 혐의는 무죄 유지
다만 검찰이 함께 기소한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관련 자료 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유지됐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에 활용되는 차세대 반도체 접합 기술이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빼낸 자료에 담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기술 및 제품의 범위' 고시에서 정한 첨단기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이 판단에 사실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없다고 봤다.
김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유출된 영업비밀 대부분이 회수된 점은 유리한 양형 사정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영업비밀을 대량으로 빼낸 뒤 이를 활용한 이력서까지 중국 회사에 전달한 행위에 대해서는 1·2심 모두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 판단이 유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