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땀을 흘린 후 소금 섭취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소금을 추가로 먹으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높아져 탈수를 악화시키고 혈압을 급격히 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는 "땀 속 소금기 농도는 혈액보다 낮아서 땀을 많이 흘릴수록 혈액 내 수분만 빠져나가고 소금기는 농축된다"며 "이 상태에서 소금을 더 섭취하거나 나트륨 함량이 높은 냉면 국물 같은 음식을 먹으면 혈압이 급상승해 심장과 뇌혈관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소금이 아닌 충분한 물을 마셔야 한다.
탈수는 단순한 갈증을 넘어 혈압과 약물 효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에는 체온 조절을 위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평소보다 혈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때 탈수까지 겹치면 갑자기 일어설 때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해 어지럼증과 낙상 위험이 커진다.
특히 소변량을 늘리는 혈압약이나 소변으로 당을 배출하는 당뇨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탈수가 더욱 쉽게 찾아올 수 있다.
그렇다고 어지럽다는 이유로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 평소보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혈압과 증상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약물 조절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여름철 혈압이 낮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조절하지 말고 혈압과 증상을 기록해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며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면 체내 수분 균형 능력이 떨어져 소화 기능 저하와 묽은 변, 탈수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으므로 소화가 잘되는 단백질 중심으로 규칙적인 식사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일과 채소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도 일부 혈압약 복용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수박이나 참외 등에 풍부한 칼륨은 일부 혈압약과 상호작용해 체내 칼륨 배출을 막아 심장에 부담을 주는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폭염기에는 유산소 운동량을 평소보다 20~30%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탈수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온열질환의 초기 신호를 빠르게 인지하는 것이다. 더위로 인한 질환 중 가장 위험한 열사병은 의식을 잃어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나 평소와 다른 공격적 행동,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의식이 있어도 즉시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 환경 관리도 필수다. 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 속에서 특히 노인 등 더위에 취약한 사람들은 선풍기만 사용하기보다 냉방기를 적극 활용해 실내 온도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김태균 교수는 "두통, 어지럼증, 구토는 물론 심한 근육경련이나 호흡곤란, 이상행동 등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이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폭염 속 건강관리의 핵심은 물을 충분히 마셔 탈수를 예방하고 몸이 보내는 미세한 이상 신호를 절대 간과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