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 내부 시스템이 흔들리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경제난과 병력난이 동시에 가중되면서 연방 정부의 입대 장려 제도를 악용한 신종 사기 범죄까지 기승을 부린다.
최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연고가 없는 남성을 대상으로 위장 결혼을 한 뒤 군에 입대시키고, 해당 군인이 사망하면 전사 보상금을 챙기는 이른바 '검은 과부' 사기 사건이 러시아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현재 러시아군 전사자 유족에게는 최소 500만 루블(약 8790만원)의 일시금이 지급되며, 최우선 수령권은 법적 배우자에게 주어진다.
실제로 러시아 중부 이바노보주에서는 입대 예정자와 형식적으로 혼인한 뒤, 그가 전사하자 1521만 루블(약 2억6700만원)의 보상금을 나눠 가진 일당이 구속됐다.
스베르들롭스크주에서도 유사 사건이 적발됐으며, 군 병원 간호사가 치료 중인 부상병들에게 접근해 다중 혼인을 맺은 뒤 보상금을 노린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같은 부작용은 러시아 정부가 병력 확보를 위해 제도적 문턱을 급격히 낮춘 결과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이후 신규 입대자를 위해 통상 한 달가량 소요되던 혼인신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지방정부 차원의 합동 결혼식을 추진하는 한편, 신규 계약병에게 최소 40만 루블(약 7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하는 등 현금성 지원도 대폭 늘렸다.
하지만 대대적인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역풍은 거세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러시아 정부가 국방 분야에 저금리 자금을 우선 배정하면서 일반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고금리와 세금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이 1.0%로 급감하고 재정적자는 GDP의 3.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업경기지수는 -3.6을 기록해 2022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내부 민심도 이탈 조짐을 보인다. 러시아 여론재단(FOM) 조사 결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달 중순 한 주 만에 71%에서 66%로 5%포인트 하락해 전면 침공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전선의 진격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둔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드론 병과를 신설하고 지휘관들을 전격 교체하는 등 군 개편에 나섰으나 올여름 진격 속도는 개전 이래 가장 느린 수준에 그쳤다.
양측의 교착 상태가 이어지며 전쟁은 공중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지난달 탄도미사일 발사량을 역대 최대 수치로 끌어올린 반면,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 복합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의 정유 시설과 물류 기지를 집중 타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