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의 전설적 무대로 자리매김했던 '주간 소년 점프'가 호당 평균 발행부수 100만부 선을 무너뜨렸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등 세계적 인기작을 탄생시킨 이 잡지는 전성기 600만부를 넘겼지만, 종이 출판 시장 침체와 함께 급격한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6일 일본잡지협회 누리집에 따르면 출판사 슈에이샤가 발행하는 '주간 소년 점프'는 올해 4∼6월 호당 평균 98만5천부를 기록했다.
2008년 일본잡지협회가 관련 통계를 공식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100만부 아래로 떨어진 수치다. 일본에서도 콘텐츠 품질과 판매량 양면에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해온 이 잡지는, 만화책 시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달한 일본에서도 독보적 존재였다.
1968년 10만5천부로 출발한 '주간 소년 점프'는 창간 4년 만에 기존 1위였던 '주간 소년 매거진'을 밀어내고 소년만화 잡지 정상에 올랐다.
1972년 자매지 '주간 마가렛'에서 시작한 '베르사유의 장미'가 대히트를 치며 동반 상승효과를 만들어냈다. 1970년대 '근육맨' '캡틴 쓰바사'가 폭발적 반응을 얻었고, 1980∼90년대 '닥터 슬럼프' '드래곤볼' '북두의권' '슬램덩크' 같은 전설적 작품들이 연달아 나왔다.
정점은 1995년 신년 합병호였다. 발행 부수 653만부를 찍으며 일본 만화잡지 역사상 최고 기록이자 기네스북 등재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드래곤볼'은 누적 1억부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이들 만화는 조악한 번역의 해적판으로 한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읽히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저변 확대의 계기가 됐다.
1990년대 '슬램덩크', 2000년대 '원피스', 최근 10년간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괴수 8호' 등이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원피스'는 2022년 누적 5억부를 돌파했지만 모태인 '주간 소년 점프' 판매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2010년까지 평균 290만부가 팔리던 이 잡지는 2017년 1분기 191만부로 처음 190만부대에 진입했다.
3년 뒤 150만부대로 내려앉은 후 해마다 10만부씩 줄어들다가 결국 98만부로 추락했다. 일본에서 공식 집계 시작 이후 발행부수 100만부를 넘는 종이 잡지가 사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26년 설립돼 올해 창사 100년을 맞은 슈에이샤에게도 충격적 수치다. 하지만 종이 만화 잡지 판매 감소가 일본 만화 시장 전체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만화 시장 규모는 6925억엔(6조2400억원)으로 여전히 전체 출판 시장의 45%를 차지했다. 특히 전자만화가 5273억엔(4조7500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에는 잡지와 단행본이 출판사 수익의 핵심이었지만 현재는 웹툰 방식의 원작이나 애니메이션 등으로 영상화, 캐릭터 상품화, 해외 라이선스가 중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다"며 "'주간 소년 점프' 발행 부수가 100만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출판 비즈니스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