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06일(목)

[신간] 내일의 유리 예보

지난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계기로 문단에 나선 시인 천수호가 네 번째 시집을 펴냈다. 타이피스트 시인선 015번으로 출간된 '내일의 유리 예보'다.


천수호는 지금까지 삶의 복잡한 결을 생생한 감각과 상상력으로 담아왔다. 보이는 세계 너머에서 들려오는 사물의 기척에 귀를 기울였고, 병과 죽음, 이별과 애도의 순간 속에서 관계의 본질을 탐구했다.


이번 시집에서는 유리, 눈, 나무, 살구, 손끝 등의 사물 표면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시인은 이를 통해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죽음 뒤에도 남는 기억, 사람 사이의 거리, 사회적 참사와 역사적 상처가 남긴 오래된 통증을 투명하고 서늘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사진 제공 = 타이피스트


시집 제목이기도 한 '유리'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나와 세계를 가르는 얇은 경계이자, 보이지만 닿을 수 없는 것들 사이에 놓인 막이며, 지나간 슬픔이 뒤늦게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이다.


천수호는 끝내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오래 응시하지만, 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 "손끝으로 더듬어 보면 유리/ 내일의 예보가 만져진다"는 시구처럼, 이 시집에서 내일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더듬어지는 예감으로 다가온다.


'내일의 유리 예보'는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손을 뻗는 마음에서 새어 나오는, 가장 투명하고 서늘한 예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