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원대 가치를 지닌 희귀 카드가 등장하며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트레이딩카드게임(TCG) 시장에서 대규모 먹튀 사기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만 최대 130억 원에 달하는 이번 사건은 대만에서 벌어졌지만, 동일한 거래 구조를 가진 국내 시장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타이베이 번화가에 위치한 TCG 전문 매장 '샤오양 카드사'가 고객들의 선입금과 위탁받은 희귀 카드를 챙겨 잠적했다.
올해 1월 문을 연 이 매장은 일본판 포켓몬 카드 대리 구매, 해외 감정 업체 등급 인증 대행, 위탁 판매 등을 전면에 내세워 영업을 이어왔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개설한 정원 5000명 규모의 단체 대화방 3개를 가득 채울 만큼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해당 매장은 최근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대규모 예약금을 쓸어 담았다.
레쿠쟈 세트와 포켓몬 30주년 기념 상품 등 인기가 높은 품목을 미끼로 선입금을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일 새벽 단체 대화방이 한순간에 폭파됐고,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과 오프라인 매장도 모두 닫혔다.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인원은 3000명 이상, 피해액은 2억~3억 대만 달러(약 88억~132억 원)에 달한다.
개인 피해액이 1억 8000만 원을 넘는 사례도 나왔다. 타이베이지검은 매장 대표를 사기 혐의로 입건하고 추적에 나섰다.
세계 TCG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포켓몬 카드의 누적 생산량은 이미 850억 장을 넘어섰으며,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TCG 시장이 2026년 151억 1000만 달러(약 22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포켓몬코리아, 대원미디어, 반다이남코코리아 등이 주요 IP 카드를 유통 중이며, 리셀 플랫폼 크림의 올해 1~4월 TCG 누적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배 늘었다.
문제는 카드 거래를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미발매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선입금을 내거나, 고가의 카드를 매장에 맡겨 위탁 판매하는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
돈과 실물 자산을 판매자 일방의 신용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라 사기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여기에 위조 카드 유통과 탈세 문제까지 겹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일본은 자민당을 중심으로 관련 의원연맹을 발족하고 위조품 단속 및 감정 제도 정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