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속옷을 연상시키는 노출 의상이 일상복으로 자리잡으면서 결혼식과 직장 행사에서 복장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시스루 소재와 브라톱, 속옷이 비치는 스커트를 착용하고 식당과 업무 회의, 결혼식에 나타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행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니키타 칸데리아는 캘리포니아주 소살리토에서 진행한 하와이풍 결혼식에서 한 하객이 피부색 끈팬티 형태 비키니 하의와 반두톱만 착용한 채 행사장에 왔다고 밝혔다. 칸데리아는 해당 하객에게 복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퇴장해야 한다고 통보한 뒤, 길 건너편 매장으로 안내해 덧입을 의류를 구매하게 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패션 유통업체들은 이런 소비 트렌드에 맞춰 관련 제품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자라는 웹사이트에 란제리 드레스 전용 섹션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라장스는 브래지어와 팬티가 비치는 레이스 드레스를 상품 라인에 추가했다. 마이클 코어스는 삼각형 브라렛과 바지를 조합한 스타일을 제안했고, 아메리칸이글 산하 브랜드 에어리는 시스루 레이스 캐미솔에 브라를 결합한 '쇼 오프' 컬렉션을 선보였다.
에어리와 자매 브랜드 오프라인의 상품기획 담당자 헤일리 팔리스는 "브라톱을 속옷이 아닌 바지와 매칭해 착용하도록 제안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빅토리아시크릿이 올봄 출시한 '스트랩리스 브라'도 주요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셔츠 없이 단독으로 착용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이 제품은 출시 직후 판매 호조를 기록했다. 빅토리아시크릿과 핑크를 총괄하는 힐러리 슈퍼 최고경영자는 "속옷을 겉옷으로 활용하려는 트렌드가 강화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복장이 점점 더 간소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일부 여성들은 신체 노출을 자유로운 자기표현과 결정권의 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여성의 신체를 다시 대상화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뉴욕 소재 스타일리스트 브룩 라우닉은 "비키니를 일상복처럼 착용하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네이키드 드레싱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자신감 외에도 유두 가리개와 보이쇼츠 같은 노출 부위를 가리면서도 겉으로 보이도록 설계된 특수 속옷에 추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WSJ은 "향후 관련 시장은 시스루 의류를 넘어 노출 조절용 보조 속옷과 행사별 복장 가이드 서비스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인의 자기표현 욕구와 공동 행사에서 요구되는 예절 기준이 충돌하면서 직장과 결혼식 등에서 복장 규정을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