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8일(화)

"내 몸도 표본으로 만들어 달라"... '인체의 신비전' 창시자 하겐스, 81세로 별세

2002년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던 '인체의 신비전(Body Worlds)'의 창시자이자 독일의 해부학자인 군터 폰 하겐스가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dp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945년 폴란드에서 '군터 리프헨'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한 뒤, 1977년 '플라스티네이션(Plastination)'으로 불리는 시신 보존 기법을 개발했다. 이 기법은 시신 내부의 수분과 지방을 제거한 후 실리콘과 에폭시 등 경화성 플라스틱을 채워 넣어 부패를 막는 방식이다.


그는 1992년 이 기법으로 인체 전신을 보존 처리하는 데 성공한 뒤 '바디 월드(Body Worlds)'라는 명칭의 전시를 시작했다. 해당 전시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50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았으며, 국내에서도 지난 2002년 '인체의 신비'라는 이름으로 개최되어 약 17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군터 폰 하겐스 / GettyimagesKorea


하지만 그의 인체 표본 전시는 시신과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이후에는 중국인 사형수의 시신을 표본 제작에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일부 국가에서는 전시가 금지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하겐스는 생전 연구용 기증을 약속한 사망자의 시신만을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그가 설립한 플라스티네이션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시신 기증을 약속한 인원은 2만 2630명에 달한다.


그는 지난 2002년 영국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일반인 약 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성 시신을 공개 부검했다. 해당 부검 장면이 한밤중 TV로 방영되자 경찰에 3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반발을 샀다.


그럼에도 하겐스는 생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논란은 내 작업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토론을 불러일으킨다는 증거이며, 바로 그게 처음부터 내 목표였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온 그는 전시 기획 업무를 두 번째 부인인 안젤리나 월리에게 넘겨주었다. 병마와 싸우던 같은 해, 그는 자신의 시신 역시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관람객에게 악수를 청하는 자세의 표본으로 제작해 폴란드 접경도시 구벤에 위치한 전시관 입구에 놓아달라는 유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