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한·브라질 협력을 무역을 넘어 방산·우주·핵심광물·디지털경제 등 미래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와의 무역협정 추진에 속도를 내고,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27일(현지 시간)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브라질리아 '아우보라다 궁'에서 룰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2026년을 한·브라질 전략적 동반자 관계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예정보다 50여 분 길어진 회담에서 양국 협력 관계와 미래 비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우주, 체육, 교육, 에너지, 산업기술, 영화, 사이버보안 등 7개 분야의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성과로 경제 협력 기반 강화, 자원·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 국방·방산·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협력 확대, 문화·인적 교류 확대, 국제사회 전략적 공조 강화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경제 협력 기반 강화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의 핵심 동력인 경제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오늘 체결한 산업 기술 협력 MOU는 양국 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해 나가는 고도화해 나가는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은 특히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대통령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우리 기업에는 남미 시장 진출 기회를, 브라질에는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주도로 1991년 창설된 메르코수르는 역내 자유무역과 관세동맹을 목표로 하는 경제공동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등으로 유럽·아시아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으나, 한국은 2018년 협상 개시 이후 진척이 더딘 상황이었다.
룰라 대통령도 "실무그룹을 설치해 한국과 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정 협의를 재개하겠다"며 알키민 부통령이 이를 총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산과 우주항공 분야 협력도 확대된다. 양국은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군사기밀 보호 협정 체결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말부터 한국 공군에 순차 도입되는 브라질의 C-390 수송기를 언급하며 "우리 기업 부품이 탑재된 것은 양국 방산 협력의 상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미래항공모빌리티(UAM)와 우주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우주 협력 MOU를 통해 "민간 발사체 발사 절차를 간소화하고 위성 데이터 공유와 우주 탐사 등 우주 분야 전반의 협력 범위를 넓혀서 양국이 미래 우주 시대를 함께 열어가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오는 9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예정된 국내 로켓기업 이노스페이스의 '한빛-나노' 발사 성공을 기원했다.
자원·에너지 분야에서는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핵심 의제로 올렸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세계적인 핵심 광물 보유국"이라며 "(룰라 대통령과) 양국 기업과 기관 간의 핵심 광물 공급망의 전 주기에 걸친 협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 기관 간의 후속 협의를 통해 양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호혜적인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인 원자재 수급 기반을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며 "에너지 협력 MOU 체결을 통해 청정 에너지와 에너지 전환 분야에서도 협력의 폭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소년공 출신'이라는 두 정상의 개인적 인연도 화제가 됐다. 룰라 대통령은 "어려서 고생을 한 사람들은 모든 기회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긴다. 이 대통령님과 저 모두 굉장히 어렵게 자란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과 노동과 민주주의는 한 사람의 운명을, 또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님과 저는 극단적인 세력으로부터의 공격을 이겨내기도 했다. 저희는 이러한 상황에서 대화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자주의, 평화, 개발 등은 협력에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와 같은 정신 때문에 브라질과 대한민국은 손을 잡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도 "룰라 대통령님의 왼쪽 손가락이 하나 없는 것처럼 저도 어린 시절에 공장에서 일하다가 왼손을 다쳤다"며 "(이 장애는)더욱 압도적인 수의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의무감을 언제나 생각하게 한다"고 공감했다.
이어 "내일 상파울루에 제가 방문하면 룰라 대통령께서 젊은 시절에 일했던 금속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볼 생각"이라며 "우리 대통령께서 노동자들의 현실을 잊지 않고 또 끊임없이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 왔던 그곳에서 대통령의 꿈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담이 대통령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서 열린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자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대통령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한 네 번째 외국 정상이란 점을 짚으면서 "참으로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