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자녀에게 부동산을 이미 넘겨주었다면, 추후 이를 되돌려받을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넘겨준 재산에 대해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없도록 규정한 민법 제558조가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의 의견으로 합합 결정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조건부로 토지를 넘겨받은 아들의 구박과 학대에 시달리던 A씨가 소유권 환수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패소한 뒤 청구한 헌법소원이다.
현행 민법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를 취소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면서도, 이미 이행이 완료된 재산에 대해서는 그 효과를 제한하고 있다. 헌재는 이 제한 조항이 사라질 경우 모든 증여가 사실상 조건부 계약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증자의 부양의무 불이행이 도덕적 비난 대상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법적 책임으로 연결하는 방식에는 입법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헌재의 시각이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적정한 반환 범위를 법으로 규정하기 어렵고, 법원의 심리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도 사유로 들었다. 민법 내에 이미 부양료 청구 등 증여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존재한다는 점도 감안됐다.
증여자의 재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경우에도 이미 넘겨준 재산의 반환을 요구할 수는 없다. 헌재는 증여자의 재산 변동을 이유로 계약을 깨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형성된 수증자의 경제생활이 크게 흔들리고, 법적 지위가 장기간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상환·김형두·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부양의무를 저버린 자녀를 보호하는 것은 국민적 법감정과 윤리관에 부합하지 않으며,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인 규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