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500만 시대를 맞아 개와 고양이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법정에서는 여전히 물건으로만 취급돼 현행법 개정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7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헤어진 연인 사이에서 벌어진 강아지 소유권 분쟁에서 A 씨의 손을 들어주며 강아지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지난해 9월 판결했다.
A 씨는 2024년 3월 군 복무 중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강아지를 선물했다. 문제는 그해 11월 A 씨가 전역한 직후 발생했다. A 씨와 여자친구, 강아지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은 것이다.
여자친구는 A 씨와 크게 다투면서 "너랑 엮여서 (강아지도) 보고 싶지 않다"라며 강아지를 A 씨에게 넘겼고, 그동안의 양육비 명목으로 300만 원을 요구했다. 강아지를 데려간 A 씨는 며칠 후 아버지를 통해 "여자친구가 1억∼2억 원을 줄 테니 강아지를 돌려달라고 연락했다"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A 씨가 이를 거절하자 여자친구는 "홧김에 한 말이었고 진심이 아니었으며, 내 강아지니까 돌려달라"라며 법적 조치에 나섰다.
재판부는 "강아지는 당초 A 씨가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사준 애완견으로 여자친구의 단독 소유였다"라면서도 "증거를 종합하면 결별하면서 여자친구가 소유권을 포기하고 A 씨에게 증여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소유권의 귀속만을 판단했을 뿐이다. 현행법상 반려동물과 누구의 정서적 유대감이 더 깊은지, 누구와 함께할 때 더 행복한지 등은 판단 기준이 아니다.
정오의법률사무소 이보라 변호사는 "사랑을 쏟는다는 건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니 누가 더 돈을 많이 썼는지 등을 따지는 수밖에 없다"라며 "아이 양육권은 조사관을 파견해 판단하지만, '물건'인 동물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를 밟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반려동물이 포함된) 이혼 소송을 맡으면, 아쉽지만 사람이 아니라 법원도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 너무 감정 소비하지 마시라 말씀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물건으로 분류된 반려동물의 행복이나 의사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9월 전주지법 민사5단독 안좌진 부장판사도 유사한 사건에서 "애견 유치원 등교를 맡았고, 사료·장난감 등 필요한 물품도 내가 구입했으니 내 강아지"라며 반환을 요구한 청구를 기각했다.
분양비와 병원비 등을 함께 부담했으므로 공동소유로서 지분이 균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지분권에 기초해 공동점유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청구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우 신혜성 변호사는 "앞으로는 반려동물 소유 문제가 이혼소송의 중요한 쟁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사람이 아닌 물건이니 아이 양육권과는 달리 다룰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진도왕 인천대 법학부 교수도 2022년 발표한 '이혼 시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및 귀속 결정의 기준' 논문에서 "설령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람과 동일시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반려동물 귀속은 재산분할 관점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가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 민법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무부가 전국 18세 이상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동물의 비물건화' 관련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7.8%가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별해서 정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법무부는 2021년에도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제대로 된 숙의 없이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달 16일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관련 조항에 대한 손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