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월)

중동 전쟁이 바꾼 항로... '이 동물'에 닥친 뜻밖의 위협

남아프리카공화국 해역에서 혹등고래들이 대규모 집단을 이루며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동 전쟁으로 인한 해상 운송로 변화가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 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남아공 서해안에서 혹등고래 299마리가 한 곳에 모인 이른바 '슈퍼그룹' 현상이 관찰됐다. 이러한 대규모 집단 출현은 혹등고래 개체 수가 순조롭게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남반구 혹등고래는 포경이 성행하던 시절 개체 수가 1만 마리 이하로 급감했다. 1986년 국제 포경 금지 조치가 시행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현재 10만 마리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동 정세 변화가 혹등고래에게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많은 선박이 홍해 대신 아프리카 남단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확산 우려와 호르무즈 해협 긴장까지 더해지며 우회 항로 이용 선박이 계속 늘고 있다.


혹등고래 / gettyimagesBank


프리토리아대학교 고래연구소 수석 과학자 엘스 베르뮐런은 공동 예비 평가를 인용해 "2023년 12월 이후 아프리카 남단을 오가는 선박 운항이 4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선박 충돌은 고래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케이프타운시 해안·환경 담당자 그레그 올로프스는 "고래 몸통을 가로지르는 프로펠러 충돌 흔적을 자주 본다"며 "고래 몸에 커다란 상처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충돌로 폐사한 고래 대부분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혹등고래가 포경이라는 과거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안정적 생존을 위해서는 선박 충돌 위험 관리와 함께 기후변화, 어업 장비 얽힘 등 새로운 위협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