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6일(일)

"죽은 아내 눈가에 눈물, 차마 못 닦아줘"... 경산 아파트 방화로 아내 잃은 남편의 절규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으로 50대 여성이 숨졌다.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남편은 "결혼하고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었다"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학생 외동딸을 둔 A씨는 지난 23일 오전 8시 29분께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았다가 갑작스러운 방화 피해를 당했다. A씨는 전신 화상으로 서울 소재 화상 전문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다가 24일 오전 11시 10분 사망했다.


남편 B씨는 "숨을 멎은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는데 차마 그걸 닦아주지 못했다"며 "그게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힘겹게 말했다.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 뉴스1


B씨는 "병원에서 이미 상태가 많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했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신 화상을 입은 아내가 "살려달라"고 외친 절규가 그의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고 있다.


B씨는 "아침 식사를 같이하려고 했는데 관리사무소에 간 아내가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며 "내가 가봐야겠다 싶어서 관리사무소 2~3m 앞에까지 갔을 때 '펑'하는 큰 소리랑 화염이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제일 먼저 남자(방화 피의자)가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고 화장실에서 몇 명은 몸에 붙은 불을 끄고 있었다"며 "우리 아내는 불구덩이 속에서 누운 채로 살려달라 해 밖으로 끄집어냈는데 못 살렸다"고 토로했다.


A씨는 평소 활발한 성격으로 아파트 입주민들과 살갑게 지내며 사랑받던 인물이었다. 아파트에 이사 온 지 6년여 만에 이웃들에게 "○○ 언니", "○○ 동생"으로 불렸다.


B씨는 "아내가 참 활발하고 명랑하고, 구김 없이 남들과 사귀는 걸 좋아해서 동네 사람들이 다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생활 내내 나하고도 부부싸움 한 적이 없다"며 "내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고 했다.


뉴스1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8시께 집을 나섰다. 쓰레기를 버리고 관리사무소에 들렀다 돌아온 B씨로부터 "CCTV 연결 코드(잭)가 훼손돼서 관리사무소에서 경찰에 신고하느니 마느니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A씨도 전날 저녁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뒤 아파트를 비추는 CCTV 모니터 화면 가운데 1곳(관리사무소 내부)을 제외하고 모두 꺼진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던 참이었다. A씨는 아파트 단지를 비추는 CCTV 고장을 걱정해 관리사무소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B씨는 "그날 살려달라고 하고 물을 뿌려주니 귀에는 물이 안 들어가게 해달라고 이야기한 게 아내와 마지막 대화였다"고 토로했다.


B씨는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변을 당했다"며 "이런 상황들이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A씨의 빈소는 경산시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경찰은 이번 방화 사건 피의자로 입주민 류모(71)씨를 입건했다. 류씨는 수년 전부터 아파트 관리비 집행 등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류씨는 지난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1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을 포함한 7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를 받고 있다.


경찰은 류씨의 치료 경과를 지켜본 뒤 체포영장을 집행해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