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이클로스포라증 감염이 급증하는 가운데, 일부 누리꾼들이 이 질환을 체중 감량 방법처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설사 증상을 다이어트에 이용할 수 있다는 위험한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력히 경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까지 사이클로스포라증 의심 사례 1만1500건 이상을 확인했다고 23일(현지 시간) CNN방송이 보도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4173건이며, 약 7400건은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한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사이클로스포라증은 배설물에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발생하는 기생충 감염 질환이다. 미국 정부는 양상추와 샐러드용 채소를 주요 감염 원인으로 파악하고 오염된 제품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미시간주 보건 당국은 "환자 2000명 이상을 조사한 결과 오염된 양상추가 일부 음식점에 공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이클로스포라균에 감염되면 설사,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복부 경련,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염 후 증상이 발현되기까지 2주 정도 걸리기도 하며, 증상은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 일주일 회복 후 다시 심한 설사를 겪는 경우도 있다.
최근 SNS에는 사이클로스포라균 감염을 통한 체중 감량을 자랑하는 영상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감염 원인으로 지목된 양상추와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며 "식단 관리가 귀찮아서 사이클로스포라 감염 위험을 무릅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출산 직후 심한 설사를 유발하는 기생충에 감염돼 9kg을 감량했다" "지난 한 달간 사이클로스포라증을 앓으면서 4.5kg이 빠졌다"는 후기를 공유했다. 이들 게시물에는 '설사 다이어트' 해시태그가 달렸고, 일부 영상은 220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영상 속 인물들이 실제로 이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영상이 사이클로스포라증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으며, 기생충 감염은 체중 감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메릴랜드대학교 메디컬센터 소화기내과 엑타 굽타 박사는 미국 건강 매체 베리웰헬스와의 인터뷰에서 "감염이 지속되면 1.5kg 더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해 증상을 간과할 수 있다"며 "하지만 사이클로스포라균 감염은 영양소 흡수 장애를 일으켜 적절한 치료 없이는 장기적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사로 인한 체중 감소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미국 소화기내과 전문의 데이비드 카하나 박사는 "묽은 변을 본 후 체중 감소를 느낄 수 있지만 이는 영구적 변화가 아니다"며 "감염에서 회복돼 정상 식단으로 돌아가면 대부분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카하나 박사는 "진정한 체중 감량은 시간과 꾸준한 식이요법이 필요하다"며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생충 감염으로 설사를 할 때는 탈수 증상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트륨, 칼륨, 당분이 함유된 경구용 수분 보충제를 복용하면 심한 설사를 멈추고 적절한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굽타 박사는 "기생충 감염은 다이어트 비법이 아니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손 씻기와 농산물을 깨끗이 닦는 등 적절한 감염 예방법을 숙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