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5일(토)

의식불명 어머니와 혼인신고한 남자... 어머니 계좌에 있던 9억원이 인출됐다

의식을 잃은 채 병상에 누워있던 여성이 본인도, 자녀들도 모르는 사이 재혼 신고가 처리되고 거액의 보험금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MBC '실화탐사대'는 방송에서 5년 넘게 의식불명 상태로 투병하다 숨진 고(故) 김혜란(가명) 씨를 둘러싼 의혹의 혼인신고 사건을 다뤘다.


김씨는 2019년 7월 15일 출근 준비 중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지난해 1월 사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김씨가 쓰러진 직후 당시 남자친구였던 조태형(가명) 씨는 병원을 상대로 의료 소송을 제기했고, 약 5년간의 재판 끝에 의료진 과실을 인정받으며 부분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김씨의 장례를 치른 뒤에도 5개월이 지나도록 사망신고가 처리되지 않았다. 둘째 아들이 과태료를 납부하면서까지 직접 행정 절차를 밟던 중 가족 누구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김씨가 의식을 잃고 2년이 지난 2021년 4월 27일 자로 남자친구 조 씨와의 혼인신고가 이미 완료돼 있었던 것이다. 


박지훈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망신고는 1개월 안에 해야 한다"며 "의식불명 후에 혼인신고가 됐다는 얘기인데 납득이 잘 안 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수상한 혼인신고 이면에는 석연치 않은 자금 흐름이 있었다. 소송 승소로 김씨 계좌에 입금된 보험금 등 약 9억 원의 돈이 여러 차례 인출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김씨가 투병 중이던 시기부터 사망 이후까지 유흥업소에서 수천만 원이 결제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에게 대규모 자금이 이체된 내역이 확인됐다. 


둘째 아들은 2019년 10월 23일 새벽 2시 '비타민'이라는 곳에서 결제된 내역을 추적한 결과 그곳이 노래방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분노했다.


혼인신고서의 적법성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첫째 아들이 법원에서 직접 확인한 어머니의 혼인신고서 증인란에는 자신의 이름이 기재돼 있었다.


첫째 아들은 "나는 증인을 선 적도, 인감도장을 찍은 일도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른 증인인 강 모 씨는 "언니가 죽더라도 형부 쪽 선산에 묻으려면 혼인신고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눈이 안 보여 못 쓰겠다고 해 신고서는 내가 적었다"고 진술했다.


김씨의 초기 간병인은 조 씨를 두고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코로나 때도 매일 찾아와 병원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며 지극정성으로 간병했던 모습을 기억했다. 하지만 유족인 형제는 이 모든 행동이 배상금을 노린 계획적인 행위였다고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