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남편의 강압적 통제로 18개월 동안 100명이 넘는 낯선 남성들과 성관계를 강요당한 여성이 용기를 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했다.
지난 18일 영국 더선과 BBC 등은 루스 오그레이디가 남편 크리스의 협박 아래 웨일스 북부를 돌아다니며 데이팅 플랫폼 '팹스윙어스'를 통해 만난 낯선 남성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져야 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는 해당 사이트에 만남 시간과 장소를 게시해 남성들을 불러 모았고, 루스는 차량 뒷좌석에서 이들을 상대해야 했다.
루스는 당시 병으로 직장을 잃고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상황이었다. 그는 남편의 지속적인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고 결국 사이트 가입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난 지 몇 주 만에 동거를 시작했고 이후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관계 초기부터 통제와 순응의 패턴이 자리 잡았다.
크리스는 루스의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에 불만을 표출했고, 친구의 공연 제안을 받아들이려는 루스를 제지했다. 루스는 남편의 요구를 따르면 다정한 대우를 받았지만 거스르면 냉대에 직면해야 했다.
2017년 루스는 심각한 우울증과 정신적 위기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일을 그만두게 됐다. 생활 전반을 남편에게 의존하게 되면서 남편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2021년, 당시 33세였던 루스는 남편의 강요로 팹스윙어스 사이트에 가입했다. 애초에는 부부가 함께 참여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루스 혼자 낯선 남성들을 상대했다.
크리스는 옆에서 지켜보거나 자리를 비우는 방식으로 루스를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루스는 성병에 감염됐고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다. 임신중절 수술 직후에도 크리스는 다른 남성을 불러들여 루스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루스는 여러 차례 활동 중단 의사를 밝혔지만 크리스는 화를 내며 이를 거부했다. 18개월 만에 루스는 사이트 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2023년 2월 경찰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보호시설로 옮겨져 상담을 받았고 남편과의 연락을 끊었다.
경찰은 강압적 통제 혐의로 크리스를 체포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부부가 주고받은 왓츠앱 메시지에서 루스가 적극적으로 임하는 듯한 내용이 발견됐다.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크리스를 기소하지 않았다.
루스는 이 결정을 듣고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모든 게 내 잘못이고 내가 스스로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처럼 느껴졌다"며 "선생님한테 혼나는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루스는 남편의 행동이 명백히 잘못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기로 결심했다.
결정적 계기는 프랑스의 지젤 펠리코 사건이었다. 지젤의 남편은 10년 넘게 아내에게 약물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여러 남성이 성폭행하도록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젤이 익명성을 포기하고 재판 과정을 공개하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루스는 "지젤이 익명성을 내려놓고 재판에 나선 순간, 나도 더는 숨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