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복층 적재 시설인 '메자닌' 구조의 안전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물류센터 가운데 메자닌 구조를 설치한 곳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물류센터에서는 한정된 공간의 적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메자닌 구조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메자닌은 층고가 높은 창고 내부에 철골 구조물을 설치해 공간을 여러 층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상품 종류와 물동량이 많은 이커머스·택배업체가 보관 공간과 작업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정부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주요 물류업체들과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안전대책의 대상이 되는 메자닌 설치 물류센터의 전체 규모를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현행 물류시설법에 따라 물류창고업 등록 사업자는 시설과 장비 현황 등을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다. 관련 정보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도 연계된다.
다만 메자닌 설치 여부는 필수 신고 항목이 아니다. 사업자가 시설 현황에 관련 내용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으면 행정기관이 설치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실제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등록 자료에서는 쿠팡과 무신사, SSG닷컴, 뱅뱅어패럴 등 일부 사업자의 시설만 메자닌 구조를 명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제 설치 물류센터가 등록 자료에서 확인되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구조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한 규정이 없어 정부가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전대책을 마련하려면 전국 물류센터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통계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고 물동량이 늘면서 메자닌 구조는 물류센터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제한된 부지 안에서 보관 공간을 늘리고 상품 분류와 포장 작업을 여러 층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배·유통기업이 운영하는 일부 대형 물류시설과 정부 인증 스마트물류센터에도 메자닌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메자닌 구조 자체를 화재 위험의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메자닌이 물류 효율을 높이는 데 필요한 시설인 만큼 구조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방화구획과 소방시설 등 안전관리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류창고에서 화재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며 "메자닌 구조를 운영하는 현실을 고려해 화재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메자닌 내부는 적재물이 밀집하고 작업 동선이 복잡해 화재 발생 시 연기 확산과 대피, 소방 활동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방화구획과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 연기 배출 설비가 구조와 적재 환경에 맞게 설치·관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메자닌 구조를 전면 금지하기보다 건축·소방 기준을 강화해 위험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구조 규제에 앞서 전국 단위 실태조사와 신고 체계 정비에 나서 메자닌 설치 현황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