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법무·PR서 AI 에이전트 2000개 활용...전 구성원 '1인 1 AI' 추진
법무·투자·거버넌스 거친 정재헌...통신 체계 재설계·2027년 AI 인프라 첫 가동
SK텔레콤의 마케팅·법무·홍보 조직에서 실제 업무에 쓰이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는 2000개를 넘어섰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임직원이 최소 한 개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1인 1 AI'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1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정 CEO와 한명진 MNO CIC장, 정석근·유경상 AI CIC장은 여름 휴가철 추천도서 7권을 선정했다. AI 시대의 인간 경쟁력과 조직 운영, 인간과 AI의 협업, 기술 안전장치, 장기 리더십, 지정학과 경제위기를 다룬 책들이다.
AI를 전사 업무에 심고 있는 정 CEO가 올여름 추천한 책은 AI 기술서가 아닌 '휴먼 코드'다. 성소라 작가가 쓴 이 책은 AI 활용 능력이 보편화할수록 기계가 대신하기 어려운 인간의 안목과 감각이 경쟁력으로 남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 CEO는 "AI 활용 능력보다 인간만의 안목과 감각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올해 '1인 1 AI'를 앞세워 전 구성원의 AI 활용을 늘리고, 조직의 업무 방식까지 AI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1인 1 AI'와 '휴먼 코드'...업무 방식부터 바꾼다
SK텔레콤은 부서와 개인별 AI 활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AX 대시보드'를 구축했다. 전사 AI 전환을 지원하는 'AI 보드'도 운영한다. 임직원이 코딩 없이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업무에 붙일 수 있는 사내 환경도 마련했다.
정 CEO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6'에서 "기업문화를 AI 중심으로 송두리째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에이전트를 일부 개발 조직이 아닌 일반 부서의 실제 업무에 투입한 것도 이 같은 계획에 따른 것이다.
정석근 AI CIC장이 추천한 '듀얼 브레인'도 사람과 AI의 협업을 다룬다. 생성형 AI를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고와 실행 범위를 넓히는 파트너로 본다. '휴먼 코드'는 인간의 판단을, '듀얼 브레인'은 AI와의 협업을 각각 다룬다.
한명진 MNO CIC장이 고른 '리와이어드(Rewired)'는 기술 도입보다 조직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데이터 거버넌스와 인재 확보, 조직문화, 변화 관리가 함께 움직여야 AI 전환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영업전산과 회선관리, 과금시스템 등 통신 기반 시스템을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기로 했다. T월드와 T다이렉트샵 등으로 나뉜 고객 접점은 '통합 AI 에이전트'로 연결하고, 고객센터에는 AI 기반 상담 시스템을 확대한다.
통신망 운영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트래픽과 통신 품질, 장비 상태를 AI로 분석해 장애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하고 대응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고객 접점과 네트워크 운영, 내부 업무체계를 한꺼번에 손보는 작업이다.
정석근 CIC장이 함께 추천한 '더 커밍 웨이브'는 AI와 합성생물학 등 빠르게 확산하는 기술과 이를 통제할 안전장치를 다뤘다. SK텔레콤은 새 통합전산시스템에 '제로 트러스트' 정보보호 체계를 적용하고 AI 기반 통합보안관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유경상 AI CIC장이 고른 '인피니트 게임'은 단기적인 승패보다 조직이 오랫동안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다룬다. SK텔레콤은 AI를 통신과 데이터센터, 기업용 솔루션, 내부 업무에 나눠 적용하고 있다.
법무·투자·거버넌스 거친 CEO...AI 인프라로 보폭 넓혀
정 CEO의 이력은 법률에서 전산·투자·거버넌스로 이어졌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장을 지냈고, 2019년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했다.
2020년 SK텔레콤 법무 조직에 합류한 뒤 2021년 SK스퀘어 설립 과정에서 투자지원센터장을 맡았다. 전략과 법무, 재무 등 주요 조직을 총괄했고 이후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을 거쳤다.
SK텔레콤은 정 CEO 선임 당시 AI 기술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다루는 'AI 거버넌스' 정착과 정보보호 체계 개편을 주요 경력으로 제시했다. 정 CEO는 취임 후 고객을 중심에 둔 이동통신사업과 SK텔레콤만의 AI 혁신,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AX를 세 가지 변화 방향으로 내걸었다.
정 CEO가 '휴먼 코드'와 함께 고른 책은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2'다. 기후 변화와 영토 분쟁 등 국제사회의 갈등을 각국의 지리적 조건과 연결해 풀어낸 책이다. 국가와 지역, 자원과 산업이 서로 얽혀 움직이는 구조를 지도 위에서 짚는다.
'휴먼 코드'가 조직 안의 사람을 향한다면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2'는 조직 밖의 국가와 시장으로 시선을 돌린다. 법무와 투자, 대외협력, 거버넌스를 차례로 맡아온 정 CEO의 경력도 두 영역을 함께 다뤄왔다.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계획은 부지와 전력, 앵커테넌트 확보를 전제로 한다. 회사는 2029년부터 국내에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열고, 수요와 투자 여건에 맞춰 2035년 15G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반도체와 에너지 솔루션,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역량도 한데 묶는다. SK텔레콤은 설계부터 구축, 운영까지 전체 구조를 총괄하는 'AI 인프라 설계자'를 맡았다.
올해는 '1인 1 AI'와 통합전산시스템 개편이 진행된다. 내년부터는 AI 인프라가 실제 가동에 들어간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 건설 중인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는 2027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추진하는 'AI 팩토리'도 2027년 국내에서 처음 가동할 예정이다. 이후 2029년부터 국내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열고 2035년 15GW까지 늘리는 일정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