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을 급여와 직접 연계해 추가 수당을 주는 제도가 일본 대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 중이다. AI 도입 속도가 주요국 대비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일본 산업계가 파격적인 금전적 보상을 무기로 임직원들의 AI 역량 강화를 독려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 1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모빌리티 기업 혼다가 생성형 AI 등을 업무에 능숙하게 활용하는 직원에게 등급별로 월 최대 15만 엔(약 139만 원)의 특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혼다는 임직원의 AI 활용 능력을 총 3단계로 엄격히 평가해 수당을 차등 지급한다. 현재 최고 등급 판정을 받아 매달 15만 엔을 추가로 수령하는 직원은 10명이며, 전체 수혜 직원은 280명에 달한다. 혼다는 사내 AI 활용 체계를 빠르게 안착시켜 수년 내 수당 수혜 대상을 1000명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는 지난 4월부터 아예 전 직원의 인사평가 항목에 AI 활용 계획과 구체적인 실행 성과를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본사 사무국이 현업 부서의 AI 적용 과정을 밀착 지원하고, 우수 활용자로 선정된 직원은 타 부서의 AI 멘토로 활동하게 해 조직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파격적인 보상책을 꺼내 든 배경에는 심각한 AI 도입 지연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글로벌 생성형 AI 보급률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AI 보급률은 22.5%로 전 세계 48위에 그쳐 정보기술(IT) 강국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현지 주요 기업 143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AI 능력을 인사평가나 급여에 반영하는 기업은 아직 10% 미만에 불과했다.
다만 직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AI 평가를 도입할 경우 사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술직이나 기획 부서와 달리 현장 영업이나 단순 지원 업무는 AI를 접목하기 까다로워 평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아마존은 사내 AI 활용 현황을 서열화해 관리했으나, 일부 직원들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불필요한 업무에까지 인공지능을 남용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관련 제도를 전격 중단했다.
한국의 경우 동일 조사에서 AI 보급률 37.1%를 기록하며 세계 16위에 올랐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AI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채용 과정에서 우대하거나 사내 AI 활용 역량 인증제를 도입하는 추세지만, 일본처럼 매달 백만 원이 넘는 고액의 현금성 수당을 직접 지급하는 사례는 아직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