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시간강사 생활을 견뎌낸 정일영 교수가 "대한민국에서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게 가장 비참하다"며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놔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51회에는 정년 10일을 앞두고 시간강사에서 초빙교수로 임용된 정일영 인하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출연했다.
1996년부터 30년간 강단에 섰던 정일영은 최근 자신의 채널 '악성 내성인 정일영'을 통해 인하대 불어불문학과 교수가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는 "늘 루저처럼 살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오늘 드디어 교수라는 타이틀을 따게 됐다"며 "곧 출판사에 전화를 해야 한다. 앞에 약력에 무조건 교수 넣으라고 해야 한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일영은 교수가 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80학번들이 동시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동시에 돌아오면서 교수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는 30년간 시간강사로 일하며 겪은 서러움을 토로했다. 정일영은 "학생 관심사는 취직이다. 학생들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에 찾아간다. '인성 하나는 보장한다'고 하는데 회사 측에서 물어본다. 학교에서 직책이 뭐냐고. '시간강사입니다'라고 하면 '아아'한다"며 "그때 가장 슬펐다. 내가 힘이 하나도 없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힘힘 하는구나"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시간강사로 살아가는 게 가장 비참하다. 시간강사를 보따리 장수라고 한다. 보따리 장수처럼 돌아다닌다고"라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장벽이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정일영은 교수 면접에서의 모순된 질문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교수 면접에서 '연구 업적도 많고 강의 경력도 많은데 왜 지금까지 안 뽑혔어요?'라고 질문한다. 그 질문은 '너한테 문제 있는 거 아니냐'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다른 핑계를 대면 소문이 짝 나서 그럼 강사도 못한다. '무조건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럼 '우리가 부족한 사람을 왜 뽑아야 되죠?'라고 한다. 답이 A로 정해져있으니 몰아가는 거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안 할 수 없잖나"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유재석이 견뎌내기 쉽지 않았을 거 같다고 묻자 정일영은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그때 처음으로 공황장애가 왔다. 새벽 작업하는데 숨이 안 쉬어지고 어지럽더라. 병원에서 CT를 찍었는데 이상이 없더라. 알고 보니 공황장애, 우울증이 동시에 왔다"고 했다.
정일영은 "처음에는 잘 안 되니까 자꾸 제 탓을 하게 되더라. 세수하다 거울을 봤는데 제 얼굴 보기가 싫더라"며 "'이럼 안 되겠다, 벗어나자'해서 딴 생각 날 때 다른 걸로 덮으려고, 돈 없으니까 내 머리로 할 수 있는 게 뭐냐. 그래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해 논문만 8개를 쓰고 총 40권의 책을 집필했다. 유재석은 "63년 무색 무취 무미로 살았다고 하지만 이런 노력이 있었다. 침착맨이 그냥 터진 게 아니다"라고 감탄했다.
정일영은 "학생들에게 '인생에 기회가 한 번도 안 올 수 있다. 네 탓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기회 왔을 때 못 잡는 건 네 탓이다.
항상 준비하고 있어라'라고 한다"고 말했다. 감동받은 유재석은 "이런 어른이 우리한테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정일영은 시간강사와 초빙교수의 차이도 공개했다. "제일 큰 게 보험이다. 의료보험이 되어야 정규직"이라며 "초빙교수는 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61년생 만 65세 정일영은 인하대학교 불어불문학 학사, 파리제8대학교 대학원 언어학 박사 출신으로 프랑스어 강사로 활동 중 침착맨의 채널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