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용 전기요금에도 전력 사용 시간대에 따라 단가를 다르게 매기는 '주택용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로 전력 공급량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정된 요금 체계 대신 시장 상황을 반영한 유연한 가격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력이 남아도는 시간에는 싸게, 피크타임일 땐 비싸게 요금을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며 "현재는 산업용에만 적용 중이지만 가정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용과 일부 일반용 건물에 주로 적용되던 계절·시간대별 요금제를 주택용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본격적인 논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정부가 구체적인 도입 시기나 전면 적용 계획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전면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급증하면서 낮 시간대 전력 생산이 크게 늘고 있어, 가격 차등화를 통한 전력 사용 시간대 조정 유도 필요성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현재 계절이나 시간 구분 없이 동일하다. 4인 가구 여름철 평균 사용량(400kWh) 기준 월 6만~7만 원 선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4월 16일부터 산업용에 적용한 새 시간대별 요금제를 가정에도 도입한다면 사용 시간대에 따라 요금 차이가 최대 두 배에 이를 수 있다. 산업용 여름철(6~8월) 전력량요금은 평균 170원이지만, 평일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경부하 시간대는 116원인 반면 평일 오후 3~9시 최대부하 시간대는 최대 229원이다.
예약 가전 등을 활용해 심야 시간대로 사용을 분산할 수 있는 가구는 요금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는 반면, 가사 활동 시간이 평일 저녁 등으로 고정된 가구는 상대적으로 요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전력당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정용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을 검토해왔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제주에서는 2021년부터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주 지역 가정은 고정요금제와 시간대별요금제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시간대별 요금제를 선택한 가정은 여름·겨울철 기준으로 시간대에 따라 최대 1.6배의 요금 차이를 적용받는다.
다만 단기간 내 전국 전면 도입 가능성은 낮다. 제주처럼 선택제로 운영하면 기존 사용 패턴상 유리한 가구만 가입해 전체적인 수요 이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가구에 의무 적용하거나 시간대별 단가 차이를 크게 설정하면 맞벌이 가구나 돌봄 가구를 중심으로 요금 급등 논란과 국민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 국내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과 일부 일반용에만 시간대별 요금제를 적용해도 상당한 수요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주택용 확대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인프라도 아직 부족하다. 각 가정의 전기 사용량을 시간대별로 파악하려면 지능형 전력계량계(AMI) 설치가 필요한데, 단독주택에는 대부분 설치됐지만 아파트 세대별 보급률은 10%대에 불과하다.
전력당국은 '인센티브' 제도를 먼저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7~8월 한시적으로 평일 낮 5~8시에 전기를 절감한 가정에 1㎾h당 500원, 월 최대 1만원의 현금을 돌려주는 새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도입한다. 요금 부담 증가 형태의 제도 도입은 부담이 큰 만큼, 인센티브 방식으로 사용 시간대 유도에 나선 것이다.
효율적인 전력 소비를 위한 가격 체계 다변화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확대되는 만큼 전력 수요를 분산하기 위한 시간대별 요금제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