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무당을 만들어 생활가전 업체 대표 부부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80억 원이 넘는 거액을 뜯어낸 일당이 1심에서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장모씨에게 징역 20년을, 그의 전남편 심모씨에게 징역 17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에게 각각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피해 부부에게 공동으로 83억 9405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장씨에게는 별도로 4억 5900만 원의 배상 책임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사기와 공갈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을 이용한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해당 법안이 시행된 지난 2020년 5월 19일 이전의 행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해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범행의 수단과 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이고, 자신들이 심리적으로 지배했던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대부분의 자산을 상실했고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혼하는 등 가정이 파탄 났다"며 "그럼에도 피해 회복을 위한 피고인들 노력이 보이지 않고 피해자는 엄벌을 탄원하는 중"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조말례'라는 이름의 가상 무속인을 내세워 유명 가전업체 창업주 아들인 A씨 부부를 가스라이팅했다.
무속인의 지시라며 부부에게 음란 동영상을 찍도록 강요한 뒤 이를 가족과 학교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약 77억 원을 갈취했으며, 투자 담보 명목으로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 지분까지 빼앗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A씨는 일당의 종용에 넘어가 회삿돈 66억 원을 빼돌려 이들에게 건넸다.
이 횡령 범행으로 장씨와 심씨는 이미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법원은 회삿돈을 횡령한 피해자 A씨에게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무속인의 지시라는 공범자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약 66억원 상당의 거액을 횡령했다"며 "피고인의 지위, 횡령금의 규모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