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S 1주=본주 0.1주...'8배 차이'는 거래단위 차이
각 시장 13일 종가 환산 228만2000원...국내 본주보다 23.7% 높아
10대1 분할해도 상대가격 그대로...변수는 원주→ADS 전환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ADS·통상 ADR로 불림)이 각 시장의 13일 종가를 기준으로 국내 보통주보다 23.7% 높은 가격에 마감했다.
같은 시각의 가격차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 시장의 현지 종가를 단순 환산한 값이다. 이 차이 때문에 최근 거론됐던 본주의 '액면분할' 논리가 강해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액면분할만으로는 이 격차가 기계적으로 줄지 않는다. 본주가 분할되면 ADS가 나타내는 기초주식 수나 ADS 수량도 같은 경제적 권리를 유지하도록 조정되기 때문이다.
14일(한국 시간) 미국 증시 시세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S는 13일 152.35달러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13일 종가 1497.84원과 본주 1주당 ADS 10주를 적용한 본주 1주 환산가격은 약 228만2천원이다. 같은 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 보통주는 15.37% 내린 184만5천원에 마감했다. 차이는 43만7천원, 국내 본주 대비 23.7%다.
'8배 가격차'는 거래단위 착시
ADS 1주와 국내 보통주 1주의 표시가격만 놓으면 국내 주가가 약 8.1배 비싸다. 그러나 ADS 1주는 보통주 0.1주를 나타낸다. 비교 대상은 ADS 1주와 본주 1주가 아니라 ADS 10주와 본주 1주다. '8배'는 가격 괴리가 아니라 거래단위 차이다.
미국 투자자는 152.35달러, 원화로 약 22만8200원을 내면 본주 0.1주에 해당하는 권리를 살 수 있다. 국내 정규시장에서 본주 1주를 사려면 184만5천원이 필요하다. 액면분할을 하지 않고도 미국에서는 국내 본주의 10분의 1 단위로 거래되도록 설계됐다.
액면분할 논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발언을 계기로 다시 불붙었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액면분할과 관련해 "요청이 오면 당연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제안을 아직 보고받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정규시장의 최소 매수금액을 낮추는 문제와 ADS 프리미엄을 줄이는 문제는 다르다. SK하이닉스 예탁계약은 액면가 변경이나 주식분할이 발생하면 추가 ADS 발행, 예탁계약·ADR·F-6 정정, 교환비율 조정 등의 방식으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본주만 쪼개지고 ADS의 경제적 권리가 고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10대1 분할해도 23.7%는 그대로
SK하이닉스가 국내 보통주를 10대1로 분할한다고 가정하면 13일 종가 184만5천원은 이론상 18만4500원이 된다. ADS 1주가 분할 후 보통주 1주를 나타내도록 교환비율을 조정하고 다른 조건이 같다면 ADS의 원화 환산가격은 약 22만8200원이다. 분할 전 228만2000원 대 184만5000원의 관계가 분할 후 22만8200원 대 18만4500원으로 옮겨갈 뿐이다. 종가 환산 프리미엄은 23.7%로 같다.
프리미엄율은 '[(ADS 가격×본주 1주당 ADS 수×환율)÷국내 본주 가격-1]×100'으로 계산한다. 액면가 5천원은 이 산식에 들어가지 않는다. 10대1 분할의 직접 효과는 국내 정규시장에서 1주를 사는 데 필요한 금액을 184만5천원에서 18만4500원으로 낮추는 것이다. 신규 수요가 본주 가격을 움직이면 프리미엄에도 간접적인 영향은 생길 수 있다.
가격차 변수는 원주→ADS 전환
가격차를 직접 좁히는 경로는 가격이 낮은 국내 본주를 예탁해 ADS를 발행받은 뒤 미국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다. 이 거래가 늘면 미국 시장의 ADS 공급이 증가해 두 가격은 가까워질 수 있다.
다만 ADS와 본주의 전환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이뤄지는 완전한 양방향 구조가 아니다. ADS를 취소해 기초 보통주를 인출하는 절차는 마련돼 있지만, 반대 방향의 원주 예탁에는 한국 규제당국의 승인·신고와 국내 법령 준수 여부를 입증하는 자료가 요구될 수 있다. 예탁은행은 법령 위반 우려나 회사가 정한 예탁 한도 등을 이유로 원주 예탁을 거절할 수 있다. 국내 본주가 싸다고 해서 미국 시장의 ADS 공급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공모로 발행된 물량은 ADS 1억7790만주다. 국내 보통주 1779만주를 기초로 하며 기존 보통주 수의 약 2.5%에 해당한다. 공모가는 149달러였다. ADS는 상장 첫날 168.01달러에 마감한 뒤 13일 152.35달러로 9.32% 내렸다. 같은 날 국내 본주의 낙폭은 15.37%였다.
F-6에 등록된 ADS는 17억8천만주로 이번 공모 물량의 약 10배다. 다만 이는 예탁증서 프로그램에 등록된 수량이다. 추가 발행 확정분이나 즉시 거래 가능한 물량을 뜻하지 않는다. 실제 ADS가 늘어나려면 기초주식 예탁과 관련 승인·신고, 예탁은행의 발행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SEC 신고서에는 공모 이후 추가 예탁 규모와 발행 시점이 제시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