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5일(수)

항문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슈퍼 성병' 확산... 약도 안 듣는다

영국에서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세균성 이질이 급증하면서 보건 당국이 비상이 걸렸다. 치료제인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까지 나타나면서 공중보건 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란셋 감염병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성적 경로로 전파되는 시겔라균이 기존 감염 경로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시겔라균은 해외여행이나 오염된 음식 등을 통해 감염되는 변종보다 연간 15%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겔라균은 원래 오염된 음식 섭취나 환자의 분변이 묻은 물체 접촉으로 감염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남성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사이에서 항문성교 과정에서 분변 물질과 접촉하며 감염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이 집계한 지난해 성접촉 관련 시겔라균 감염 건수는 2560건에 이른다.


이질균 /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이질에 감염되면 심각한 복통과 혈변을 동반한 설사, 고열, 구토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 장염이 하루 이틀이면 호전되는 것과 달리 일주일 이상 증세가 이어지며, 환자 3명 중 1명은 4~5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탈수, 장 천공, 영양실조로 악화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만 명 이상이 이 질병으로 사망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항생제 내성 문제다. 연구 기간 말 기준으로 성접촉으로 전파되는 시겔라균 변종의 70% 이상이 시프로플록사신이나 아지트로마이신 등 이질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항생제 중 최소 한 가지에 내성을 나타냈다. 이는 비성적 전파 변종(40%)이나 해외여행 관련 변종(49%)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케이트 베이커 케임브리지대 유전학과 교수는 "남성 동성애자 상당수가 성적으로 전파되는 시겔라균의 심각성과 커지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커 교수는 "성적 감염은 이제 영국 내 시겔라균 전파의 고착된 경로가 됐다"며 "이제는 약으로 치료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손 씻기와 음식 위생 관리에만 초점을 맞춘 기존 예방 수칙으로는 성적 전파를 막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성접촉 이질을 기존 이질과 구분된 별도의 공중보건 위협으로 간주하고, 별도의 감시·예방·치료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하미시 모하메드 UKHSA 박사는 "성관계 전후로 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증상이 있다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복통과 설사 증상을 단순 식중독으로 여기지 말고 최근 성접촉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질 진단을 받은 경우 HIV를 비롯한 다른 성병에도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종합적인 성 건강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