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3일(월)

한강, 노벨상 수상 후 첫 공개 행보... 아비뇽서 '문학의 가치' 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이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독자들과 만나 문학을 통한 인류의 보편적 소통 가능성을 피력했다.


한강은 현지시각 11일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식 프로그램 '카페 데지데'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했다. 프랑스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로르 애들러와 '어떻게 눈 위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대담을 나눈 한강은 문학의 힘에 대해 "우리가 문학을 읽으면 굉장히 삶을 생생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며 "우리가 느끼는 그 생생함이 우리를 삶을 옹호하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공식적인 공개 활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아비뇽 페스티벌의 초청 언어로 한국어가 지정되면서 한강이 주요 인사로 초청됐다.


작가 한강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린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 ‘어떻게 눈 위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를 마친 뒤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 제공) 2026.7.13 / 뉴스1


한강은 "문학을 읽을 때 느껴지는 진실한 순간들이 결국 우리를 연결하는 것 같다"며 "며칠 전 아비뇽에 비가 내렸다고 들었는데, 그 비가 3년 전 서울에서 제가 맞았던 비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물이 순환하듯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소설 속에 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심지어 아주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어떤 감정을 다루는 문학이라 해도, 그 작품을 읽는 동안엔 작가와 독자가 연결되면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가장 절망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문학도 우리를 삶으로 한 발 더 이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출간한 뒤 정치적 글쓰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는 한강은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는 마치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그것도 굉장히 정치적인 소설이고, '소년이 온다'는 사람들이 사회적 소설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제게는 굉장히 개인적인 소설"이라며 "'작별하지 않는다'도 역사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내면을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소년이 온다'나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서는 "보편적인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전 역사에 걸쳐서 인간들이 반복해서 저지르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고, 그 폭력이 지나간 자리에 언제나 남게 되는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 애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 오직 한국 역사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를 철학적 작가로 정의하느냐는 질문에 한강은 "한가지 질문을 하면 다음 질문이 생겨나서 질문이란 게 끝나지 않는다. 그냥 계속 질문하는 소설들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어서 질문하는 작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현재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한강은 "쓰고 싶은 소설이 3개 있는데 저는 빨리 완성하지 못하는 편"이라며 차기작 주제에 대해서는 "얘기하면 신비로움이 사라지니 '쓰고는 있다' 정도로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작가 한강이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아비뇽에서 열린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프랑스 언론인 로르 아들레르와 ‘어떻게 눈 위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를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영상) 2026.7.13 / 뉴스1


한편 한강이 지난 2018년 서울에 열었던 독립서점 '책방오늘'은 건물이 매각되면서 지난 7일 문을 닫았다.


한강은 "건물이 팔리면서 세입자들이 다 나가게 됐다"며 "문 닫기 직전에 이자벨 위페르 씨가 찾아와 손님 없는 오전 시간에 만나 이야길 나눠서 좋은 추억이 됐다"고 전했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오는 15~16일 한국 배우 이혜영과 함께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날 대담 현장에도 참석했다. 한강은 대담 중 직접 '작별하지 않는다'의 일부 구절을 낭독했으며 행사가 끝난 뒤 팬 사인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