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외모와 피부색이 외국인 같다는 이유로 어린 자녀 2명을 같은 보육원 앞에 유기한 부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 김보현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여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남성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경기 북부지역의 한 보육원 정문 앞에 영아를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경기 포천에서 동거하던 2005년 첫 번째 아이를 출산했다. B씨는 출산 전까지 태아가 자신의 친자라고 생각했으나, 출생한 아이의 피부색과 외모 등을 보고 친자가 아니라고 의심했다.
이들은 출산 약 한 달 뒤 아이를 경기 북부지역의 한 보육원 정문 앞에 두고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2008년 다시 만나 혼인신고를 했다. 당시 A씨는 외국인 남성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지만 이를 B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B씨는 태아를 자신의 친자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A씨 부모 소유 농장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약 1년 동안 함께 양육했다. 이후 B씨가 아이의 친자 여부를 의심하기 시작하자 A씨는 2009년 3월 친정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집을 나갔다.
B씨는 같은 달 첫 번째 아이를 유기했던 보육원 정문 앞에 두 번째 아이를 두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A씨가 집을 나갈 경우 B씨가 아이를 유기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방치했다고 보고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는 피해 아동을 B씨의 친자라고 속여 함께 양육하다가 무단으로 가출해 보호 의무를 저버렸다”며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의 생존이 확인된 점과 피고인들이 범행을 자백하고 잘못을 인정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출생신고 여부와 임시신생아번호가 부여된 아동의 실제 양육 현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조사 과정에서 출생 관련 기록과 실제 양육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가 진행됐다.
유기된 두 아동은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구체적인 신원과 소재는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아동복지법은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