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원숭이 도시' 롭부리주에서 보호소를 탈출한 원숭이 무리가 주택가와 경찰서를 습격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4년 대규모 포획 작전으로 진정되는 듯했던 롭부리의 원숭이 문제가 2년 만에 다시 불거진 것이다.
지난 9일(현지 시간) 타이랏과 타이 이그재미너 등 태국 현지 매체는 지난 1일 롭부리주 므앙롭부리군 포까오똔 시립 동물보호소에서 원숭이들이 집단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원숭이들은 우리를 부수고 빠져나와 순식간에 인근 주택가로 흩어졌다. 먹이를 찾아 헤매던 원숭이 무리는 주택 15채와 주변 시설을 파손했다.
주택가 습격에 그치지 않았다. 일부 원숭이는 타힌 경찰서 안까지 난입했다. 원숭이들은 책상과 창문, 사무기기 위를 마음껏 뛰어다니다 유유히 사라졌다. 시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서가 원숭이떼에 점령당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국 조사 결과, 원숭이들은 보호소 A동 우리에서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동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곳이다.
원숭이들은 지붕 구조물을 반복적으로 흔들어 틈을 만든 뒤 그 사이로 몸을 빠져나갔다. 시 당국은 힘이 센 우두머리 수컷들이 창살과 지붕을 계속 잡아당기고 흔들면서 구조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롭부리주 부지사가 직접 지휘에 나섰다.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 등 관계 기관 합동 수색팀이 보호소 반경 1㎞ 내에 투입됐다. 하지만 원숭이들은 포위망을 번번이 뚫고 달아났다. 수색팀이 포위망을 좁힐 때마다 원숭이들은 재빠르게 빠져나가며 당국을 농락했다.
당국은 추격전을 포기하고 전술을 변경했다. 원숭이들이 배가 고파지면 지붕과 나무에서 스스로 내려온다는 습성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주택가 곳곳에 잠복 관측조를 배치하고 매복 작전을 펼쳤다. 옥수수와 연꽃 씨앗, 우유를 미끼로 넣은 포획틀을 설치했고 마취총도 준비했다.
전술 변경은 성과를 냈다. 이틀간의 매복 작전으로 130마리 이상이 붙잡혀 보호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당국은 아직 잡히지 않은 개체가 남아 있을 수 있다며 주민들에게 원숭이를 목격하는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롯부리와 원숭이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시작됐다. 크메르 유적 프랑삼욧 사원 일대에 서식하는 긴꼬리마카크 원숭이들은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로 연명하며 도시의 명물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2020년 관광객이 사라지자 굶주린 원숭이들은 시장과 식당, 가정집, 관공서까지 침입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창문에 철망을 두르고 새총과 물총으로 무장한 채 농성을 벌여야 했다. 원숭이 무리끼리 도심 한복판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일도 빈번했다.
참다못한 당국은 2024년 대규모 포획 작전을 전개해 수천 마리를 붙잡아 보호소에 수용하고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이번 탈출 사태가 발생한 포까오똔 보호소에는 현재 약 3500마리가 수용돼 있다.
시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우리 전면 보수 작업에 착수했다. 낡은 우리는 원숭이가 손을 집어넣을 수 없도록 구멍이 촘촘한 강철 그물망으로 교체됐다.
시 당국은 보호소 주변에 허가 없는 촬영 금지 안내판도 설치했다. 일부 인터넷 방송인들이 원숭이 급식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보호소 공식 모금인 것처럼 꾸며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아 챙기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시 측은 "원숭이 보호 명목의 현금 기부는 받은 적이 없으며 먹이 기부만 받는다"고 밝혔다. 상습 촬영자 1명은 보호소 출입이 영구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