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키싱 버그(Kissing Bug)'가 확산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USA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카운티 보건당국은 지역 내 샤가스병(Chagas disease) 감염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남미 풍토병으로 여겨졌던 이 질병이 미국 대도시권까지 번진 셈이다.
'트리아토민'이 정식 명칭인 이 벌레는 검은 갈색을 띠며 크기는 2~3cm다. 사람과 반려동물의 피를 먹고 살아가는데, 피부가 얇고 혈관이 집중된 얼굴 부위, 특히 입과 눈 주변을 공격하는 특성 때문에 키싱 버그로 불린다.
더 큰 위협은 물린 상처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과정에 있다. 키싱 버그는 흡혈 후 상처 인근에 배설물을 남기는데, 여기에 포함된 '크루스파동편모충' 기생충이 상처나 점막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샤가스병을 일으킨다.
장기 기증, 수혈, 임신 중 태아 감염 등도 감염 경로로 알려졌다. 전 세계 감염자는 700만 명을 넘어섰고, 매년 1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
샤가스병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초기 발견이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감염 후 몇 주 안에 나타나는 1단계 '급성기'에는 발열, 피로감, 몸살, 두통, 설사, 눈꺼풀 부종 등이 나타나지만 독감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애매하거나 아예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이 시기라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대다수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친다.
실질적 위험은 수년에서 수십 년간 이어지는 2단계 '만성기'에 찾아온다. 감염자의 약 3분의 1은 10~30년 후 심장 근육이 손상되며 부정맥이나 심부전을 앓게 되고, 10명 중 1명은 식도나 대장이 늘어나는 소화기 변형을 겪는다.
만성화된 샤가스병은 완치 자체가 불가능하며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 심박조율기 삽입, 외과적 수술에 의존해야 한다. 심각한 경우 급사에 이를 수 있다.
헬스조선에 따르면 전문의들은 "샤가스병은 심장과 장기를 내부에서 서서히 망가뜨리면서도 환자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조용한 질병'"이라며 "해충 차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의심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