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자는 동안 입술 '콕'... 심장까지 위협하는 '키싱버그'의 정체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키싱 버그(Kissing Bug)'가 확산되면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USA 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카운티 보건당국은 지역 내 샤가스병(Chagas disease) 감염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남미 풍토병으로 여겨졌던 이 질병이 미국 대도시권까지 번진 셈이다.


'트리아토민'이 정식 명칭인 이 벌레는 검은 갈색을 띠며 크기는 2~3cm다. 사람과 반려동물의 피를 먹고 살아가는데, 피부가 얇고 혈관이 집중된 얼굴 부위, 특히 입과 눈 주변을 공격하는 특성 때문에 키싱 버그로 불린다.


더 큰 위협은 물린 상처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과정에 있다. 키싱 버그는 흡혈 후 상처 인근에 배설물을 남기는데, 여기에 포함된 '크루스파동편모충' 기생충이 상처나 점막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샤가스병을 일으킨다.


키싱 버그 / 뉴욕포스트


장기 기증, 수혈, 임신 중 태아 감염 등도 감염 경로로 알려졌다. 전 세계 감염자는 700만 명을 넘어섰고, 매년 1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다.


샤가스병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초기 발견이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감염 후 몇 주 안에 나타나는 1단계 '급성기'에는 발열, 피로감, 몸살, 두통, 설사, 눈꺼풀 부종 등이 나타나지만 독감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애매하거나 아예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이 시기라면 완치가 가능하지만 대다수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친다.


실질적 위험은 수년에서 수십 년간 이어지는 2단계 '만성기'에 찾아온다. 감염자의 약 3분의 1은 10~30년 후 심장 근육이 손상되며 부정맥이나 심부전을 앓게 되고, 10명 중 1명은 식도나 대장이 늘어나는 소화기 변형을 겪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만성화된 샤가스병은 완치 자체가 불가능하며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 심박조율기 삽입, 외과적 수술에 의존해야 한다. 심각한 경우 급사에 이를 수 있다.


헬스조선에 따르면 전문의들은 "샤가스병은 심장과 장기를 내부에서 서서히 망가뜨리면서도 환자는 자신이 건강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조용한 질병'"이라며 "해충 차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의심 증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