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3·1운동 가르쳤다가 '좌파' 소리 들어"... 교사 20%, 정치적 위반 이유로 민원·항의 받았다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가르쳤을 뿐인데 '좌파 사상 주입'이라는 항의를 받는 교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교사 교육권 침해 및 정치 관련 민원 사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5명 중 1명은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펼쳤음에도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민원이나 항의를 당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교사노조가 지난해 11월 3일부터 9일까지 전국 교사 1천93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391명(20.2%)은 정상적 교육 활동과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민원이나 항의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이 중 169명(8.7%)은 신고나 고소를 하겠다는 위협까지 받았으며, 실제로 신고·고소 등 법적 절차를 경험한 교사도 39명(2.0%)에 달했다.


민원 사례를 살펴보면 역사 교육이 주요 표적이 됐다.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는 사회 수업에서 일제강점기와 3·1운동, 유관순 열사를 다뤘다가 "교사와 학교 교육과정이 좌파로 치우쳐져 있다"는 민원을 받았다.


5·18민주화운동을 교과서대로 설명한 교사에게는 "좌파 사상 주입", "공산당"이라는 항의가 들어왔다. 영화 '서울의 봄', '택시운전사' 등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상 자료를 활용한 수업도 민원의 대상이 됐다.


현대 정치제도와 시민권 교육도 예외가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수업에서 선거공보물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가정에서 자료를 가져오도록 안내한 교사는 "이런 수업하지 말라"는 항의를 받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편 교사노조 정책연구원이 ㈜마이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4월 17일부터 22일까지 만 16세 이상 70세 미만 국민 5천 명을 조사한 결과, 학교 시민교육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66.0%는 현재 학교 시민교육 수준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으며, 충분하다는 응답은 18.9%에 그쳤다.


학교 내 시민교육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83.7%, 현실 정치 쟁점과 사회 문제에 대한 교육이 학생에게 필요하다는 응답은 82.4%였다. 학생들이 이러한 내용을 배워야 할 곳으로 학교를 꼽은 비율도 66.4%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교사의 정치적 편향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현실 정치 쟁점과 사회 문제 수업에 대한 우려 사항으로 응답자의 63.6%는 '교사의 정치적 편향에 따른 왜곡된 시각 주입'을 지적했다.


교사노조 정책연구원은 "학교 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형성됐지만 정치 편향 민원,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모호한 해석, 교사 보호 장치의 부재 등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며 "교사가 시민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