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다섯 살 유나가 떠나며 남긴 사랑... 3명에게 새 삶 선물하고 하늘로

2020년 7월 전남 순천에서 임신 25주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한 아기가 있었다. 출생 후 뇌출혈과 수두증을 겪으며 뇌압 조절을 위한 대수술을 받아야 했던 이 작은 생명은 부모의 간절한 기도와 응원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났다. 


쌍둥이 동생보다 1분 일찍 태어났지만 언제나 동생을 먼저 챙기는 따뜻한 누나, 그렇게 다섯 살이 된 오유나 양은 가족의 보물이자 행복 그 자체였다.


유나는 올해 5월 초 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했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의료진의 최선을 다한 치료와 수술이 이어졌지만 유나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뇌사 판정이라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부모는 한동안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깊은 슬픔 속에서도 부모는 유나를 세상에 영원히 기억되게 할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9일, 오유나 양이 5월 1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과 폐, 양측 신장을 세 명의 환자에게 전하고, 혈관 조직도 기증한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발표했다.


엄마 심지영씨는 대학 시절부터 장기기증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오랜 신념이 딸의 마지막 순간에 빛을 발하게 됐다.


심씨는 "목숨보다 사랑하는 딸을 보내는 일이라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면서도 "유나 덕분에 누군가는 더 오래 살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라도 유나를 이 세상에 남길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유나는 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만드는 아이였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조차 "유나의 웃는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할 정도로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였다. 퇴근 후 엄마 품에 안기던 따뜻한 체온, 가족 여행에서 처음 물놀이를 하며 깔깔거리던 웃음소리, 초콜릿을 무척 좋아하던 모습까지, 평범했던 일상의 모든 순간이 이제는 가장 빛나는 추억으로 남았다.


심씨는 "처음 엄마라고 불렀던 그 순간부터 모든 게 너무 선명하게 기억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더는 안아줄 수 없는 딸을 향해 엄마는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사랑하는 유나야, 엄마랑 아빠는 유나로 인해 너무너무 행복했어. 고마워, 내 사랑둥이야. 영원히 우리에게 첫째 딸이고 사랑스러운 딸 유나로 잊지 않고 살아갈게. 나중에 다시 만나면 엄마가 달려가 꼭 안아주고, 못다 한 사랑을 다 줄게. 사랑한다".


유나의 장기를 받아 새 삶을 시작한 이들에게도 부모는 간절한 당부를 전했다.


심씨는 "건강하게, 후회 없는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고 표현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짧은 삶이었지만 오유나 양이 세상에 남기고 간 생명의 불씨는 그 무엇보다 크고 아름답다"라며 "다른 이들을 위한 숭고한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께 감사드리며, 유나 양의 고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