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던 20대 방사선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전 직원의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해당 병원에 군대식 조직문화와 근로계약 위반 등이 만연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군산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20대 여성 방사선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은 군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계약직 방사선사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고인이 생전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으며, 출근을 거부하며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사건은 군산경찰서에서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로 이첩돼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고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해당 병원에서 약 두 달간 근무했던 A씨는 이날 연합뉴스와 만나 당시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증언했다. A씨는 재직 당시 "군대식 문화니까 따라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밝혔다. 원치 않아도 함께 구내식당을 이용해야 했고,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야', '너', '쟤' 등으로 불리는 경우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근로계약서와 실제 근무 조건이 달랐다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계약서상 출근 시간보다 1시간 이른 오전 7시 30분에 매일 출근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격주 토요일 근무로 안내받았지만 실제로는 매주 토요일에도 출근했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토요일에 쉴 수 있느냐고 묻자 "상사들도 안 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또한 조기 출근에 따른 조기 퇴근도 신입 직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으며, 점심시간에는 30여 분 만에 서둘러 식사를 마친 뒤 사무실에 앉아 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업무 중 실수에 대한 대응 방식도 문제로 거론됐다. A씨는 올바른 방법을 가르쳐주기보다 여러 사람 앞에서 핀잔이나 면박을 주는 조직문화가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환경을 견디지 못해 두 달 만에 사직한 A씨는 고인이 근무했던 검진센터의 높은 업무 강도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검진센터는 특정 시간에 일이 몰리는 구조여서 오전에만 방사선사 한 명당 수십 장의 촬영을 소화해야 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SNS를 통해 해당 병원에서 근무했던 또 다른 방사선사는 "고인은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저는 아직 살아 있다"며 "퇴사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살고 싶어 도망쳤어요'라는 말을 기억하나"고 반문했다. 이어 "병원에서 반복되는 태움과 괴롭힘 문화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외부 노무사에게 의뢰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섣부른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퇴사한 방사선사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어 사실 여부 확인은 어렵다"며 "퇴사자의 주장은 일방적일 수 있으니 객관적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과도한 비판은 삼가달라"며 "괴롭힘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휴대전화 내 메시지와 SNS 대화 기록 등을 분석해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을 명확히 파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