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3년 5개월간 대한축구협회장을 지낸 정몽규 회장이 6일 사임했다. 박지성·이영표가 불출마하면서 김병지·이용수·박문성·정기선 등이 차기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6일 13년 5개월간 대한축구협회를 이끌어온 정몽규 회장이 사임하면서 차기 협회장 선출을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부회장과 이사들이 모인 가운데 마지막 임원회의를 진행한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5월 29일 성명을 통해 북중미월드컵 이후 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월드컵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한국 대표팀이 부진한 경기력으로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홍명보 감독이 먼저 사퇴하면서 정몽규 회장의 퇴진 시점도 앞당겨졌다.
2013년 1월 28일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당선된 이후 4연임에 성공했던 정몽규 회장은 만 13년 5개월여 만에 한국 축구 수장 자리에서 내려왔다.
정몽규 회장 재임 기간 동안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으로 문체부 감사와 행정소송이 있었다.
승부조작 축구인 기습 사면 시도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기도 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게 되면서 이번에는 축구협회장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신하고 젊은 인재가 한국 축구 개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인 박지성 JTBC 해설위원과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들은 6일 출범한 K-축구혁신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공정성 문제로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빠지면서 후보군은 자연스럽게 좁아졌다. 팬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두 사람의 불출마로 정몽규 후임 찾기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가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된다. 김병지 대표이사는 도민구단 강원을 이끌며 한정된 예산 안에서 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행정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적극적인 팬 소통과 현장에서 쌓은 행정 경험이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이용수 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잠재적 후보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에 기여했다.
이후 협회에서 부회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쳤다. 협회 내부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혼란스러운 현 상황을 가장 빠르게 수습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도 잠재적 후보로 주목받는다.
다만 이들은 회장에게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인 재정 확보 면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다. 사임한 정몽규 회장은 13년 가까이 축구협회를 이끌면서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파트너사와 중계사와의 장기 계약을 통한 재정 안정성 강화에 힘썼다는 긍정 평가도 받는다.
재계에서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정기선 회장은 울산 HD FC 구단주를 맡으면서 구단 운영 경험을 쌓았다.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도 프로축구 K리그2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역임하고 있다.
정기선 회장의 부친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1993년부터 협회장을 맡아 2002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를 성사시키는 등 한국 축구 외교력 전반에 기여했다는 배경도 차기 협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당선된다면 HD현대의 자금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이 중도 사퇴한 상황에서 또다시 '현대가'에서 회장 출마를 선언한다면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리스크를 안고 도전장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잔여 임기가 1년 이상인 경우 60일 이내에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현재 정관으로는 100인에서 300인 사이의 선거인단이 회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관 제23조에 따라 부회장 중 한 명이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아 회장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직무 대행을 중심으로 후임 회장 선거 과정을 차질 없이 공정하게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