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남편의 작업복을 세탁하던 중 석면에 간접 노출된 여성이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고 일주일 만에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지난 6일(현지 시간) 영국 더미러와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노퍽주 와이먼덤에 살던 베로니카 키드먼(72)은 지난 1월 악성중피종 진단 후 일주일 만인 1월 15일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악성중피종은 흉막과 복막 등 장기를 감싼 막에 생기는 암으로, 유족 측은 수십 년 전 남편의 작업복을 세탁하며 석면 섬유에 간접적으로 노출된 것이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베로니카의 남편 이언 키드먼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영국 통신회사 BT에서 현장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언은 가정집과 사업장, 전화 교환소, 수리센터 등을 돌며 전화선과 교환기 수리 업무를 담당했다.
유족에 따르면 이언은 퇴근 때마다 옷과 머리카락에 먼지가 많이 묻어 있었다. 베로니카는 일주일에 여러 번 남편의 작업복을 손으로 문질러 빨았는데, 작업복이 심하게 오염돼 있어 한 번 세탁할 때도 세 차례씩 문질러야 했다고 한다. 유족은 이언이 업무 중 석면 보온재가 감긴 배관이 있는 건물을 출입하거나 석면 성분이 포함된 자재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평소 활동적이었던 베로니카는 점차 심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약 2년간 복통과 허리 통증, 복부 팽만, 피로감에 시달렸으며 지난해 11월과 12월 면역계 이상 증상으로 응급실을 여러 차례 찾았다. 지난해 12월 CT 검사에서 복부 종괴가 발견됐고, 조직검사를 거쳐 지난 1월 8일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베로니카의 딸 베키 어윈(41)은 "진단을 받아들일 시간도 없이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다"며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자신의 일이 어머니의 병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키는 "아버지의 잘못은 아니다. 당시 많은 노동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고, 과거의 실수가 지금도 우리 같은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을 대리하는 나탈리아 러시워스-화이트 석면 질환 전문 변호사는 "베로니카의 죽음은 석면이 남긴 비극적인 유산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석면은 중공업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과 주거·공공건물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워스-화이트 변호사는 "최근에는 작업복 세탁 같은 2차 노출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고, 그 대상은 대부분 여성"이라며 "1970년대에도 석면의 위험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고, 고용주는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