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금)

"독립 실패 낙인은 옛말"... 美 30세 미만 청년 절반은 '캥거루족'

성인이 돼서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미국 청년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독립 실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부모와의 동거가 이제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지난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해 실시한 가계경제·의사결정 조사 결과, 30세 미만 성인 중 49%는 부모와 함께 거주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9년과 비교해 12%p 상승한 수치다. 이들 중 약 3분의 1은 25세를 넘긴 성인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미국 청년들의 독립이 늦어지는 배경에는 치솟는 주택 가격과 임대료, 학자금 대출 부담 등 경제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사회의 성인기 문화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WSJ는 "20대가 부모 집에 머무는 것이 과거에는 독립 실패의 상징이자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졌으나, 현재는 그런 인식이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이제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며, 일부에게는 장기적인 생활 방식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서비스업체 스라이번트가 올해 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부모 집으로 되돌아간 청년의 약 55%가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고 답했다. 


일부 청년들은 이를 숨기기보다 오히려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을 '집에서 사는 딸(stay-at-home daughter)' 또는 '집에서 사는 아들(stay-at-home son)'로 소개하며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부모 집으로 돌아온 청년들 상당수는 이후 기록적인 물가 상승과 치솟은 임대료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을 부모와 함께 보내게 됐다고 WSJ은 전했다.


템플대 심리학과 로런스 스타인버그 교수는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이 연령대 미국인들에게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미국의 주택 구조와 관련 규제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미국 일부 주에서는 부모 집 부지 내 별채 형태의 보조주택 건축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했다. 주택 건설업체들 역시 성인 자녀나 부모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다세대 주거 형태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